(집회냐 소음이냐①)분노·보복·저주…폭주하는 집회, 출구가 없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한달 넘는 ‘맞불집회’
주민들 “정상적 생활 불가…환청까지 들려"
2022-08-01 06:00:00 2022-08-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헌법상 권리가 보장된 집회 중 일부가 인근 주민들의 평온한 주거 생활을 해치고 있다. 환청 등 건강이상까지 호소할 정도다. 현행법이 소음을 규제하고 있지만 법적 구멍 때문에 오히려 단속을 피하는 ‘꼼수’를 허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상의 자유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충돌하는 집회의 자유와 주거의 자유의 합리적 접점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집회가 과도한 소음 공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집회 구역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집회를 여는 이들은 확성기를 끄지 않는다. 이전부터 집회 소음 피해는 꾸준히 있었으나, 최근에는 진영간 ‘맞불집회’ 양상을 띠면서 집회 지역의 소음 피해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집회현장이다. 아크로비스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이다.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를 운영하는 백은종 대표는 14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달 반 이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백 대표는 보수단체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 시위를 잇달아 열자 보복성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수사 촉구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양산 집회와는 별도로 시위를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이달 27일까지 집회 신고를 해놓았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상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집회로 인해,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아 주민 피해를 유발하는 집회·시위를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원헌 아크로비스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뿐더러 어린이와 수험생, 노인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며 “시위 자제를 부탁드리고 고성능 마이크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에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서도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 양산에서는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구국총연맹, 자유진리정의혁명당 등 단체가 집회를 진행했고, 양산경찰서는 최근 이들에게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들 단체는 문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이어가면서 문 전 대통령 사저나 주민들을 무단으로 촬영했다. 북을 치거나 트로트 가요를 틀기도 했고 일부 주민들은 환청 증상도 호소하고 있다.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2020년 사이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가 연일 이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소음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문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면서 집회를 열었고, 인근 주민들은 ‘분별없는 시위에 지역주민 병들어간다’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어 항의했다. 인접한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경찰에 집회 금지 처분을 요청하는 공문과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의혹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당시에도 집회가 열려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겪었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심사가 이뤄진 2019년 12월26일과 27일 사이 서울동부구치소 앞에서 진보와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었다. 총 3개 단체 회원 200여명이 구치소 입구에 모였고, 이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조국수호’와 ‘조국구속’ 구호를 외쳤다. 당시 경찰에 접수된 소음신고는 약 1500건에 달했다.
 
진영간 맞불·경쟁구도를 띠는 집회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헌법으로 보장되는 집회가 주민들에게 과도한 불편을 주지 않도록, 집회 문화가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이지은 간사는 “극도의 분노표출, 괴롭히기, 저주 등 양상을 보이는 맞불집회 등은 통상적인 집회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공동체를 배려하는 성숙한 집회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언론 서울의 소리가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재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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