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100일)국정운영 대신 권력투쟁…지방선거 대승 두 달 만에 비대위로
선거 끝났다. 민생도 뒷전…이준석 축출에 안간힘, 문자 유출로 사태 급반전
당 지지도 추락, 민주당에 역전까지 허용…비대위 전환도 법원 손에 맡겨져
2022-08-17 06:00:00 2022-08-17 0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으로 환호에 빠졌던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100일도 안 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극심한 내홍을 드러냈다. 국정운영의 책임감 대신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면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에 추월 당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준석 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전쟁도 진행형으로, 이르면 17일 법원 판단에 따라 여당의 운명이 달리 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16일 오후 상임전국위를 소집, 비대위 인선을 의결하고 주호영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비대위에는 당연직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원장이 합류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도 이름을 올렸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기존 지도부는 당헌 96조에 의거, 그 지위를 박탈 당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비대위 전환에 따른 절차적 하자 등을 들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 심문기일은 17일로 잡혔다. 집권여당의 운명이 사법부 판단에 맡겨진 셈으로, '인용' 시 비대위 출범은 취소된다. '기각'이 된다 해도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비대위 전환까지의 과정 또한 험난했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서 승리,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탄핵'으로 보수진영이 사실상 궤멸된 상황에서 원외의 30대 0선 당대표를 선출하며 '수구꼴통'에서 '젊은보수'로 거듭났고, '윤석열'이라는 정권교체의 적임자 영입에도 성공했다. 6·1지방선거에서도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석권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에 휩싸인 틈을 타 2년 뒤 있을 22대 총선마저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이내 내홍에 휘말렸다. 지방선거 승리 다음날인 6월2일 이준석 전 대표는 공천 및 당원 시스템 정비 등을 목적으로 '혁신위원회' 출범을 선언했다. 위원장으로는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임명했다. 다만, 혁신위 운영방향이 '공천개혁'에 방점이 찍히며 이른바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배현진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진석 국회부의장까지 나서 '사조직' 논란을 일으켰고, 이 전 대표도 이에 거친 언사로 대응하며 갈등을 키웠다. 
 
급기야 이 전 대표를 향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도 개시됐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던 폭탄이 전면에 부상했다. 윤리위는 지난달 8일 새벽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들어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직무에서도 손을 놔야 했다. 경찰수사 등 사법적 판단까지 기다려야 하는 정치인생 최대 위기로 내몰렸다. 앞서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윤핵관과의 잦은 마찰은 '시련'의 예고편이었다.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놓고 윤핵관 내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 서둘러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정리하자 비대위 출범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던 장제원 의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두 사람에 대한 불화설이 돌자, 이들은 "A brother is a brother. 한 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며 봉합에 나섰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이어 대통령실 9급 채용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부딪히며 '일시적' 봉합임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가 유출되며 대통령실과 당이 발칵 뒤집혔고, 유출 책임자인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비대위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렇게 권성동 원톱 체제는 단 한 달 만에 조기 마감했다.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당대표로 직행하려 했던 권 원내대표의 꿈도 수포로 돌아갔다. 김기현, 안철수, 나경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고, 장 의원이 누구와 연대하느냐를 놓고 '윤심' 공방이 일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내부총질" 문자 유출 파문이 커지면서 그간 지방을 돌며 잠행하던 이 전 대표도 전면전에 가세했다. 자신을 향한 윤 대통령의 속내("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드러나면서 '이준석 축출을 통한 윤핵관의 당권 쿠데타' 주장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됐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전환에 따른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한편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양두구육'에 빗대며 여론전에 나섰다. 전국위 비대위 전환 의결 직후에는 예고했던 대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직접 제기하며 법적 투쟁으로 몰고 갔다. 13일 있었던 기자회견은 논리와 감성으로 무장된 완결판이었다. 
 
국민의힘도 절차적 하자 해소에 나섰다. 법적 분란을 피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 당이 처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뒤 최고위원회를 통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는 당헌 개정 등의 절차도 이뤄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퇴 선언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다시 최고위에 참석해 의결에 나서는 등 자기모순의 촌극도 보였다. 권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 자격으로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직무대행만 내려놓은 채 또 다시 원내대표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는 등 자기모순의 연속이었다.
 
그러는 사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에 추월 당했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8%, 민주당 27%였다. 6월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45%, 민주당 32%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1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37%, 민주당 33%로 격차가 급격히 좁아졌다.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4%, 민주당은 37%로 역전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는 계속된 급락 끝에 20%대로 주저앉기까지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 사이 민생은 3고(고환율·고유가·고금리) 위기에 시달리며 한숨만 내쉬었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 했던 코로나19도 재유행되며 정부의 '과학방역' 기조를 비웃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다음 총선까지 2년이 남았다는 점에서 민생을 내팽개친 채 권력투쟁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내홍을 중재할 중진의 리더십과 중재력의 한계도 노출됐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지난 100일간 집권여당에 대한 키워드로 '무기력'과 '혼란'을 꼽았다. 그는 "어쨌든 중요한 게 정책과 법안인데 정책에 있어서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했다. 국민적 반대에 처한 만 5세 취학 등에 있어서도 준비된 당의 목소리가 없었다"면서 "대신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는 것에만 집중, 혼란과 갈등이 심화됐다. 무기력한 여당의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대위 체제를 통해 당의 리더십과 지도력이 빨리 안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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