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을 20번, 경제를 18번 외쳤다. 민생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민간주도성장'을 내걸었다. 정부의 재정을 풀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친시장주의 정책으로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취임 100일간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총수 친족범위를 축소하고,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기업 형벌 규정을 없애는 정책을 짜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놓고 친시장주의가 아닌 친기업주의라는 비판만 제기됐다. 더 노골적으로는 '친재벌주의'라는 의심도 나올 지경이다.
이는 정부 정책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면서 혜택을 본 곳은 연소득 3000억원 이상의 대기업 100여곳이다.
기업형벌 규정 개선의 화살은 지난 1월 27일 시행돼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맞춰져 있다. '산재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불과 반년만에 손보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의 6촌까지 특수관계인으로 간주돼 매년 1만 여명이 주식 소유 변동사항 등에 대해 신고해야 했으나 이제 그 범위가 축소돼 신고 대상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물가가 6%를 넘기고 경기침체 신호가 가중되고 있지만 내년 총지출 재정 규모는 줄이겠다니 아이러니 아닌가. 대규모 재벌·부자 감세정책으로 향후 5년간 60조원의 세금이 덜 걷히면서 정부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도 딜레마를 자초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최근 수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61%로 집계됐다. 이는 긍정평가(30%)를 두배 넘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관료사회도 이런 여론을 체감하고 있다. 일선에서 규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과거처럼 국민들이 규제완화, 친기업 정책을 한다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바뀐 여론에 대한 인식을 귀띔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경제 수장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우리 경제 체질이 더 튼튼하도록 여러 구조개혁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앞으로 우리 경제 성장 잠재력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하는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주성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 경제 정책 기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꾸었다. 상식을 복원한 것"이라며 현재 정부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민생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민 피부에 와닫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을 개선하기 어렵다. '국민'만 외친다고 민생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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