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쇼크에 제페토까지 주춤…투자로 위기돌파 시동
네이버제트, 지난해 영업손실 전년비 56% 확대
올해 공격적 투자…중동 진출·크래프톤과 합작법인 추진
2022-08-21 06:12:20 2022-08-21 06:12:2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메타버스 관련 업체들이 최근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어닝쇼크에 이어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역시 지난 2분기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네이버제트는 네이버 투자를 토대로 한 글로벌 사업 확대 기조를 이어나가며 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버제트는 올해 4월 공시된 감사보고서 재무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379억원, 영업손실 29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1129억원이다. 네이버제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9% 늘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56%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 액수는 전년(192억원) 대비 무려 6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이러한 적자 상태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제트가 지난 6월 24일 일본 최대 통신사 소프트뱅크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소프트뱅크 샵 인 제페토'를 오픈했다. (사진=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2020년 5월 네이버 스노우에서 제페토 앱 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할해 설립됐으며 현재 전세계 3억명 이상 글로벌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는 가상현실(VR) 기반 3D 디지털 아바타 중심의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특화해 운영되고 있다. 핵심 사업 모델 중 하나인 '제페토 스튜디오'는 가상현실 내에서 착용 가능한 의상 등 다양한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지난 2020년 4월 출시됐는데, 지난 6월 기준 가입한 크리에이터는 260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아이템 판매 개수는 약 1억 5000만개, 아이템 거래액은 약 3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메타버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완화 속 금리 인상, 경기 침체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대비 거품이 큰 폭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는 지난 2분기 순손실 1억7540만달러(약 2063억원), 매출 6억3990만달러(약 8390억원)에 머물며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로블록스의 이용자와 이용시간도 줄고 있는 상태다. 2분기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 사용자수는 5220만명으로 1분기 대비 3.5%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0대들의 이용 빈도가 많았다면 올해 초부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된 데다 이용자층의 이용자를 모객할 새로운 콘텐츠가 부재해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제페토 현 서비스만으론 큰 폭의 수익 실현이 쉽지 않다. 제페토 서비스에서 판매하는 가상재화와 이를 통해 앱 내에서 구매 가능한 아이템이 낮은 가격대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급격한 매출 하락과 같은 변동 위험성도 낮다는 것이 회사 측의 관측이다. 네이버제트는 "다수의 이용자들로부터 소액의 매출이 발생하므로 특정 산업이나 환율, 유가 등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경기 악화 시에도 급격한 매출 하락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이한 계절적 요인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네이버제트는 적자 탈출보다는 투자에 방점을 두고 외형 성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일본 사업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버제트는 지난 17일 네이버제트 재팬코퍼레이션 주식 5000주를 4억8960만원에 취득했다. 회사 측은 일본에서의 제페토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현지에 마케팅 전문법인을 연내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제트는 올해 상반기 네이버 홍콩 법인 네이버제트리미티드 설립을 시작으로 피노키오, 페르소나스페이스, 하데레크, 브레이브터틀스, 굿갱랩스, 머플, 위에이알, 쿼카인더스트리즈, 라인 넥스트, 로코코 일렉트로닉스 앱스, 언플레이 등 총 19개의 기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의 목적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 확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너지 강화다.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를 늘린 것은 메타버스 콘텐츠 다양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네이버제트가 제페토에 투자한 금액은 약 340억원 규모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 덴마크,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소재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3분기 중으론 아랍어와 터키어 버전의 제페토를 준비하며 중동 지역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전략적 사업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난달 시나몬에 약 69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지분 8.86%를 확보했다. 시나몬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2D와 3D로 제작하는 비주얼 스토리 플랫폼 전문개발사다. 이외에도 덴마크 모션캡처 기술업체인 로코코일렉트로닉스, 미국 메타버스 개발사 언플레이 등의 지분도 취득했다. 
 
게임사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협업도 눈에 띈다. 올해 초 네이버제트는 게임 개발사 루노소프트와 설립한 합작법인인 피노키오 지분 33.33%를 40억원에 인수했으며, 연내에는 크래프톤과 'NFT(대체불가능토큰) 메타버스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서비스 제페토는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빠르게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협업은 물론, 이용자 안전 보호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 아바타. (사진=네이버제트)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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