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최근 국내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고액의 보너스를 받으면서 이 돈의 사용처와 회계 방법이 눈길을 끈다. 보통 보너스는 물품으로 지급되며, 만일 금전이면 해당 선박 매출에 반영되면서 직원 복지에 쓰인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최근 36년 단골 선주 BW사로부터 200만달러(약 26억원)에 달하는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이번 보너스는 첨단 LNG운반선 두 척의 높은 품질과 납기 준수,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대우조선과의 상생을 취지로 담았다.
지난 10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LNG운반선 명명식에서 BW사 안드레아스 소멘 파오 회장(사진 왼쪽)이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에게 특별보너스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거액의 보너스 지급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2년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하역설비(FPSO)를 조기 인도했다. 이에 토탈사는 계획보다 약 한 달 일찍 원유를 생산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약 600억원의 인센티브를 대우조선해양에 건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당시 기준으로 조선 업계에서 받은 인센티브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선주의 보너스 지급 기준은 조기 인도와 무사고, 품질 만족 등이다.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할 때 선주는 조선소에 사람을 보내 공정을 확인하며, 선박의 품질과 납기 일정을 파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잘 나오고, 납기도 많이 당기면 선주에게 이익”이라면서 “배를 빨리 쓸 수 있어 고맙다며 격려금을 조금 주는데, 대우조선이 받은 26억원은 큰돈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주사에서 감독관이 나와 건조가 잘 되는지, 문제는 없는지 계속 확인하고, (조선사와) 협의한다"며 "3사(대우조선해양·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010140))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방식의 금전 지급은 흔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선주는 통상 프로젝트 참여 직원에게 자전거와 선글라스, 티셔츠 등 물품을 지급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보너스 지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찾기 힘든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물품 지급의 대표 사례가 삼성중공업이다. 독일 해운사 피터돌레사는 지난 2010년 칼리칸토(Calicanto) 와인 2만8800병을 삼성중공업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 피터돌레사의 칠레 직영농장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었다.
당시 피터돌레의 요켄돌레 회장이 삼성중공업에 처음 1만2600TEU급 컨테이너선 여덟 척을 발주한 점을 기념하고, 상생하자는 뜻도 담았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회사 전 임직원이 선주로부터 일괄적으로 선물 받은 일은 업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금전 보너스는 회계에서 해당 선박 매출이나 영업외수익으로 잡힌다. 지급 배경과 선주와 조선사의 협의 등에 따라 보너스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사 추가·변경 계약(체인지 오더)에 따른 원가 증액 보상 차원이라면 매출로 잡을 수 있다. 드릴쉽 건조 계약서에 ‘조기 인도 시 하루 10만 달러 보너스’와 같은 항목을 넣을 수도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보너스는 선주가 고마움 표시와 상생 차원으로 지급해 영업외수익에 반영된다.
보너스는 대부분 직원 복지에 쓰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직원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며, 방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직원 복지에는 여름철 과일 등 간식 구매가 포함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보통 조선사업부에서 사례금이 발생하면 조선사업부 직원에게 쓴다”며 “수박과 아이스크림 등 직원 복지용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