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준석의 자필 탄원서 "윤석열은 절대자이자 전두환 신군부"(종합)
탄원서 내용에 국민의힘 '발칵'…주호영 "이준석, 독재자 된 것 같다", 대통령실은 '무대응'
2022-08-23 16:24:55 2022-08-23 22:47:09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가 23일 유출, 공개됐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절대자'라고 가리키며 비상계엄을 확대했던 '전두환 신군부'에 빗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탄원서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고,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자작극'을 의심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자필편지 1번째 부분
 
지난 19일자로 작성된 탄원서를 보면, 이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1980년 '서울의 봄'과 민주화를 갈망했던 대학생들의 서울역 회군, 이어진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그리고 광주 5·18 민주항쟁 과정들을 나열하며 "작금의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제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은 짊어지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심정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과정을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로 규정하고,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절대자'이자 '전두환 신군부'에 빗댄 것이다.
 
폭로도 이어졌다. 그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저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며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저에게 징계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며 "또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당 대표의 책무는 제가 사사로이 어떤 절대자와도 절대 타협의 매개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람용'이라는 글자가 보인다며 증거로 올렸다.(사진=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이 전 대표는 탄원서가 유출, 공개되자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열람용'까지 찍힌 거를 셀프 유출해 놓고는 셀프 격앙하는 걸 보니까 가처분 결과에 부담이 많이 가는가 보다"며 유출 책임자로 당내를 지목했다. 또 "사건기록은 채무자(국민의힘) 측 대리인이 열람 가능하다. 19일에 제출한 편지 22일에 송달받고 23일에 언론에 보도"된 일련의 과정을 추측한 뒤 "셀프 유출 후에 셀프 격앙, 중간에는 셀프 쿨철"이라고 규정했다. 
 
탄원서에 실명이 거론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평소와 다르게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주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회의·오찬을 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리 법률지원단 검토 보고에 비춰보니 '절차에 하자가 없고 기각될 걸로 믿는다'고 말한 것이 무슨 법원 권위에 대한 도전인가"라며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함께 탄원서에 거론된 김기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며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되어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탄원서에서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우택 의원은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라고 했고,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지난번에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에 대해 '양두구육'이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지금도 선을 넘었다"며 "잘못하면 윤리위원회에서 가중된 징계를 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게 본인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한탄했다. '절대자'이자 '신군부'에 비유된 대통령실은 확전을 우려, 계속해서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의 부글부글 끓는 기류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 텔레그램 메시지 유출을 계기로 연일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한 발언의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양두구육'을 시작으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제가 다시 당대표가 되는 것. 제가 심판하면 구호는 딱 한 가지, 윤핵관의 정계 은퇴", "(윤 대통령에게)국민도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 등으로 전면전에 나선 그는 지난 22일에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거론하면서 자신을 주인공인 검투사 막시무스에, 윤 대통령을 황제 코모두스에 빗대기도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서울남부지법에 비대위 출범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와 별도로 본안 소송도 시작했다. 남부지법은 이날 "이준석 대표 가처분 사건은 다음주 이후에 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차적으로 법원의 가처분 인용 및 기각 여부에 따라 국민의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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