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학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일방적인 러시아 제재 참여 우려"
"산업 생산 위기 비해 난방 문제 아무것도 아냐"
"산업 생산 위기 비해 난방 문제 아무것도 아냐"
2022-08-24 06:00:00 2022-08-24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부에서 지나치게 일방적인 제재에 너무 갑자기 참여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1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해외산업실의 김학기 연구위원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에 넘기라'는 서방 결의안에 우리가 꼈다"며 "그렇게 세부적인 안에 괜히 끼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서 "미국·유럽에서 하나 제재한 뒤 1~2주 내로 똑같이 해왔다가, 기업들이 저항하자 최근에는 발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19일 기준 러시아 진출 일본 기업 168곳 중 44%인 74곳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러시아를 떠났으나 지난달 들어와서는 이탈이 중단됐다. 액화천연가스(LNG)와 희토류 금속 공급을 위한 대체 채널을 찾기 어려워 사업 철수에 신중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국가라도 개별 기업별로 대응이 다르다"며 "도요타처럼 떠나는 회사는 '앞으로 들어올 생각마라'는 입장이고, 현대차처럼 남아있는 기업은 계속 사업을 같이할 곳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업은 지원해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심지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회사들 세무조사하지 마라'는 등 우호적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어려운 러시아의 경제가 회복 추세로 돌아선다는 통계가 나와 제재나 철수에 대한 회의론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이번달 중순 발표해 산업연구원이 인용한 자료에는 올해 러시아 GDP 성장률 전망치가 -4.2%로 5월 예상 수치 -7.8%보다 개선됐다는 내용이 있다. 2024년에는 3.7% 성장하고 2025년에도 2.6%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연구위원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는 이번 전쟁 이전부터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경제가 붕괴할 것도 없다"며 "러시아 내부에서 생각한 것보다도 온갖 제재 여파가 약하기 때문에 이번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제재로 인해 서방 등 세계가 겪는 여파는 상당하다는 평이다. 김 연구위원은 "난방 문제는 에너지 위기로 인한 산업 생산 위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3500개 회사 중 16% 정도가 에너지 가격 때문에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며 "거의 3분의2가 전기·가스 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및 온실에 사용되는 유리, 포장지·화장지 등 종이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 생산 비중이 세계에서 40%가 훨씬 넘어 원전 가동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학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왼쪽 2번째)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러-우크라이나 침공과 NATO 정상회의 참석 이후 경제안보영향’ 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김 연구위원은 또 "유럽 생산 대국이 독일이기 때문에 독일의 문제는 유럽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공급망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어디서 큰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단기간에 제재가 쉽게 풀리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미 계약 체결된 러시아 민항기 부품 사업이 크림반도 사태 때 극초음속 무기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며 "러시아 기술에 미국과 유럽이 위협을 느끼는 거라 전쟁이 끝나더라도 몇 년 동안 제재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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