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핵심인력 확보와 무탄소 선박 개발 경쟁으로 세계 1~3위인 국내 조선사 간 합종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선박. (사진=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등 4사는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 기술 인력을 유인·채용했다며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 4사는 조선업 수주가 크게 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된 시점에 맞춰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장악할 목적으로 올해 들어 경력직을 집중 유인·채용했다고 본다. 통상 수준을 벗어난 임금 제시와 서류전형 면제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통상 절차에 따라 경력직을 채용했을 뿐, 채용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월~7월 누계 기준 1113만CGT(204척, 47%)를 발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007만CGT(383척, 42%)를 기록했다. CGT는 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공정이 어려운 첨단 선박일수록 숫자가 높다.
기업별 점유율을 보면 ‘두 개의 1위’가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IR자료에 인용한 클락슨 통계를 보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5월 수주잔고 기준 삼성중공업이 8.4%로 1위다. 그 뒤로 현대중공업이7.5%로 2위, 대우조선해양 7%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사인 현대삼호중공업(6.1%, 4위)과 현대미포조선(2.8%, 6위)을 합치면 16.4%로 삼성중공업의 두 배에 달한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소가 현장직 뿐 아니라 핵심 기술인력도 부족해진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인력 확충에 나서자 갈등이 터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회사는 유출 인력 규모가 70여명에 달하고 대부분 LNG 운반선과 해상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분야 핵심 실무 인력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업계는 2014년 수주 절벽으로 인력이 줄었는데 지난해 LNG선 중심으로 수주가 늘면서 인력난이 시작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약 20만3000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약 9만2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9월 약 95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각사는 기술연수생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연합은 탄소중립에 대비한 엔진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29일 HSD엔진과 ‘차세대 친환경 엔진개발 MOU’를 맺었다.
조선업계는 현재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 등을 대체 연료 삼아 신형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세 회사는 이번 MOU로 공동사업 운영 검토와 기술교류 등에 나설 계획이다. 3사는 공동 기술 개발로 차세대 기술 확보와 엔진 라이선스 비용 절감, 친환경 선박 시장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어떤 연료가 대세가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기술을 확보 해야 실제 그 연료가 필요할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자동차로 치면 여러 옵션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는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이 빠졌는데, ‘힘센엔진’으로 자체 엔진 연구를 하고 있어 MOU 필요성이 없을 뿐, 공정위 신고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새 연료를 쓰려면 이 연료를 쓰는 엔진이 개발되어야 한다”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상당부분 엔진을 HSD엔진에 발주하고 있는데, 현대는 자체 엔진 사업부가 있다는 점과 지리적 여건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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