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00억원 이상 규모의 '론스타 배상 판정' 취소 절차를 밟는 것 관련 “충분히 저희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론스타 배상 판정 취소 절차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대처해 달라”는 정의용 국민의힘 의원 요구에 이 같이 말했다.
전날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이날 환율 기준 화 2929억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와 함께 2011년 12월 3일(외환은행 매각가를 인하하기로 한 날)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법무부가 복리를 적용해 계산한 이자 배상액은 185억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물어 줘야 할 돈은 3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배상 규모는 여기서 더 늘어날 수 있다.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서는 실제 론스타에 배상해야 할 금액(소송비용 포함)으로 최소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단위까지 보고 있다.
만일 ICSID 취소위원회가 법무부의 판정 취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배상금은 결국 국민 세금을 들여 지급해야한다. 일각에선 배상금 지급을 위한 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는 예비비나 법무부 예산 등으로 배상금을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장관은 “(판정) 내용을 분석해보더라도 충분히 저희 입장이 더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론스타 청구금액 6조1000억원 중 4.6%(2800억원, 법무부 환율 1300원 기준 산정) 밖에 인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액수 자체가 2800억원에 이르는 국민의 혈세이므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야당은 론스타 배상 판정 관련 책임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은 모피아가 저질렀는데, 국민의 혈세로 배상할 수 없다”며 “어제 (법무부) 발표에 대해 (배상액을) 2800억원까지 낮췄으니 우리 정부가 나름 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일부 모피아 금융 관료가 저지른 사건의 책임을 모든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금융부문 쟁점을 대응함에 있어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 당시 ‘비금융주력자’였기 때문에 국내법을 위반한 위법한 투자자였다는 점을 핵심 논거로 삼아야 한다고 지난 10년간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은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주장을 묵살했다”며 “애초부터 우리 정부가 론스타를 위법한 투자자라고 주장했다면 ‘관할권 없음’으로 ISDS 금융부분 쟁점도 전부 승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0년을 기다린 결과는 패소”라며 “금액이 얼마냐가 핵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론스타 사건 관련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부 책임자로 자리한다”며 “이들에게 사실이 무엇인지, 그들은 책임이 없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론스타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은행을 인수 자격이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론스타 수사팀은 은행법 16조 2항에 규정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 부분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당초 론스타가 주장한 6조원 소송금액 허수”라며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은행을 팔아 막대한 차익 챙겨주고 추가로 배상금을 물어주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론스타 ISDS 판정 취소를 신청하고, 산업자본 론스타의 인수 및 매각 행위 자체가 국내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최종적으로 취소 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전·현직 모피아에 대한 재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며 “향후 `론스타 먹튀 재발방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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