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증시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대량 매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 역시 국내 주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실행 이후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 왔는데,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들의 주식비중을 크게 줄였다. 하락장에서 주가의 움직임이 박스권에 갇히자 국내 주요 대형주들의 비중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총 22개 기업이 ‘5%룰’에 의한 지분변동 보고의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5% 룰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을 5일 내에 보고·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 한해서는 월별 약식으로 보고가 가능하다.
이번에 지분 변동이 발생한 기업 22곳 중 지분을 늘린 곳은 총 8곳이었으며 나머지 14곳의 지분은 줄었다. 종목별로 지분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코스닥 기업인
이녹스첨단소재(272290)로 확인됐다. 지난 8월에만 3차례에 걸쳐 총 63만9414주를 매도했으며, 지분율이 기존 7.74%에서 4.56%로 직전보고서 대비 3.18%포인트나 줄었다.
국민연금의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주식 운용자금은 약 132조원으로 전체운용자산(약 882조7000억원)의 15% 수준이다. 이미 올해 리밸런싱 목표치인 16.3% 밑으로 내려왔지만, 국내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대형주들의 비중 축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지난 상반기 대형주들의 부진한 주가흐름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봤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연금 금융부분 수익률은 마이너스(-) 8.01%에 달한다. 이중 국내주식 수익률이 -19.58%로 가장 높았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27.20%)와
NAVER(035420)(-36.59%) 등의 대형주 보유 비중을 시장 시가총액 비중 대비 높게 가져갔는데, 이들 기업이 코스피(-21.66%) 대비 큰 폭 하락하자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일부지주사와 배당주 등 경기방어주들의 지분율을 늘린 것은 하반기에도 주식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3분기부터 기업의 이익 추정치 하향에 따른 역실적장세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2년 상반기부터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배당주에 주목하고 있다”며 “3분기 실적 시즌에 추가로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 ‘고배당·저변동성’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수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와 증시 부진으로 증시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수급은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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