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채취한 혈액 모형을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 가운데,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임상시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각국 허가나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앞으로 개발될 후발 백신에 한해 새로운 유형의 개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사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5개로 나뉜다.
5개 업체의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일반적인 진행 과정에 비해 빠른 개발 속도를 보였다. 코로나19 백신의 신속 허가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임상 기간 단축이다.
임상은 1상부터 3상에 이르기까지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임상 3상 이후 규제당국의 허가나 승인을 받아 접종에 활용되면 시판 후 평가 성격의 임상 4상도 통과해야 한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백신 중 다수는 다음 단계 임상까지 함께 진행하는 심리스 설계(Seamless design)를 거쳤다. 심리스 설계를 임상에 적용한 대표적 예는 화이자와 모더나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비교임상을 진행해 기존 허가 백신과 안전성, 유효성을 비교 입증한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뿐 아니라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빠른 대응을 위한 임상 설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임상은 적응적 설계, 실제임상자료(Real-World-Data, RWD)를 활용한 실용적 임상연구로 나뉜다.
어뎁티브(Adaptive) 설계라고도 칭하는 적응적 시험은 백신 임상 도중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 요소 일부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팬데믹 기간 중 수행하는 임상에 적응적 시험을 도입하면 감염병의 역학적 상황이 변화하는 추세를 비교적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중간 분석 결과에 따라 임상 방법을 변경할 수 있어 시험 후반부에서도 유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 단, 설계 변경은 사전에 수립한 임상 프로토콜과 통계분석계획(SAP)에 따라야 한다.
적응적 시험 방식은 △치료집단 선택을 위한 어뎁티브 심리스 설계 △어뎁티브 모집단 강화 설계 △표본 수 재계산 어뎁티브 설계 △베이지안 어뎁티브 설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설계는 임상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유행 초기처럼 발병률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감염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적응적 설계를 통해 백신 개발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관계자는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고 시간이 지나 정보가 구체화하면 백신 후발주자는 비교임상을 선택하는 쪽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대신 질병에 대한 정보가 쌓이지 않은 상태라면 임상 중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설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통적인 방식의 임상 설계에 비해 많이 활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적응적 임상은 모든 조건이 급변하는 팬데믹 초기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가별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실제 접종 환경이나 일상생활에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일반적인 백신 임상은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 등 여러 지표에서 실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 다른 CRO 관계자는 실제임상자료나 실제임상근거(Real-World-Evidence)를 활용한 실용적 임상연구로 임상 환경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실용적 임상은 제한된 범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던 일반적인 임상과 달리 참여자의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최종 데이터에 반영될 수 있다"며 "임상 참여자의 건강상태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보다 순도 높은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비대면 임상 방식까지 더해진다면 시험 전 과정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제반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팬데믹 상황에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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