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자 비용 감당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의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500개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사 중 한계기업의 수는 전체의 17% 정도를 차지했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김윤경 인천대학교 교수에게 의뢰한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2021년 기간 외부감사법을 적용받는 비금융기업 2만2388개사 중 지난해 한계기업 수는 총 2823개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283개사보다 23.7%(540개) 증가했다. 한계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2019년 24만7000명에서 지난해 31만4000명으로 26.7%(6만7000명) 늘었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재무적 곤경이 지속하는 기업을 의미하며, 한국은행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계기업은 '좀비기업'으로도 불린다.
기업 규모별 한계기업 수를 보면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2019년 389개사에서 지난해 449개사로 15.4%, 중소기업이 1891개사에서 2372개사로 25.4% 늘어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의 증가세가 더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별로는 한계기업 2823개사 중 제조업의 비중이 40.4%(1141개사)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 가운데에서는 자동차와 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기계와 장비 제조업,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과 통신장비 제조업에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한계기업의 증가율은 항공운송업(300%), 비금속광물 광업(연료용 제외, 300%) 음식점·주점업(200%), 음료 제조업(200%), 가구 제조업(100%), 폐기물 수집·운반·처리와 원료재생업(100%)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먹자골목 내 한 매장이 폐업으로 인해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미국 NYSE·나스닥(NASDAQ),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 홍콩증권거래소(HKSE),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HSE)·선전증권거래소(SZSE), 한국 유가증권(KOSE)·코스닥(KOSDAQ) 등 5개 국가 거래소의 상장사를 분석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전체 기업 대비 한계기업의 비중은 홍콩증권거래소의 28.9%에 이어 한국 거래소는 두 번째인 17.1%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이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정상기업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제한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감소시켜 국가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2001년 도입 이후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하므로 이를 상시화하고, 워크아웃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활력법에 대해서도 대상을 확대하고, 사전적 구조조정의 의미로 다른 제도와 차별화되므로 상시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통합도산법이 상시화된 것과 비교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을 관할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법은 한시법으로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일몰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지난 2001년 도입된 이후 현행 제6차에 이르기까지 연장과 일몰 이후 재입법을 반복하고 있으며, 기업활력법은 2016년 도입된 이후 2019년에 5년 연장됐다.
김윤경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구조조정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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