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제2회 전북 편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취임 이후 지시했던 사안들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 쌀값 폭락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이 대표는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고, 실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관련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또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지시했던 민생경제위기대책특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당원 의견 반영 플랫폼 마련 등도 발 빠르게 현실로 옮겼다. '이재명의 민주당' 색깔은 한층 짙어졌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특위 설치 △당 개혁 △민생 현안 대응 등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먼저 이 대표는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1호 지시시항’으로 당 대표 산하에 민생경제위기 관련 대책기구, 민주주의위기 대책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5일 민생경제위기대책위를 비상설 특위로 구성하고 김태년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또 같은 날 민주주의위기 대책기구로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구성, 법무부 장관 출신의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이 대표의 지시를 수행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에는 당원이 주인인 당 개혁을 진행하겠다며 △중앙당사 내 당원존 설치 △전자당원증 도입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 등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세 가지 지시사항을 내달 5일 오픈하겠다는 목표로 준비에 착수했다. 총괄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이 맡았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전북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미팅에서 “지금 김 의원이 제3사무부총장으로 당 홈페이지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민주당 권리당원이면 누구나 플랫폼을 이용해 대표에게도, 시도당에도, 각 지역위원회에도 말할 수 있고, 정책을 제안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필요하면 민주당을 대표하는 리더에도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급박한 민생 현안이 불거지면서 당내 대응 지시도 뒤따랐다. 추석 연휴 전 몰아친 태풍 힌남노로 국민 피해가 예상되자, 이 대표는 공개 회의에서 당내 지역위원장 등에게 지역으로 내려가 현장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당내 지역위원장들은 이 대표의 지시 직후 힌남노 피해 대응을 위해 각 지역으로 이동, 강 수위를 체크하는 등의 대응활동을 진행했다.
민생 입법안도 예외는 아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호남을 방문해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당시 지역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최고위원들도 대동하지 않고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지역민들은 이 대표에게 쌀값 폭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대표는 ‘민주당 쌀값 정상화TF 팀장’을 맡고 있는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시화순군)을 중심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에 대해 미온적으로 임하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
그러자 이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쌀값이 심각하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폭락했다는데 시장 격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고, 당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질책했다. 쌀값 폭락으로 호남의 농민들이 추수 직전임에도 벼밭을 갈아 엎고, 전남도청 앞에서 삭발을 진행하는 등 분노가 들끓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쌀 자급이 달성된 지 45년 만에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의 한숨도 깊어졌다. 쌀 재고량도 48만6000톤으로 지난해보다 70% 늘었다. 윤석열정부는 쌀값을 잡겠다며 3차례에 걸쳐 37만톤의 쌀을 시장격리했지만 떨어지는 가격을 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결국 단독 처리를 선택했다.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현행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이하를 정부가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의 매입을 정부의 재량이 아닌 의무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일각에서 정부 강매식 해법은 쌀 과잉생산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대안책도 마련했다.
신 의원은 소위 의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절박한 농촌의 현실, 피눈물을 흘리는 농민의 마음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차일피일 대책을 미루면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했다”고 단독 처리 배경을 설명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앞서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9월 정기국회 최우선 입법과제 22개’에 포함된 법안이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집안 싸움에만 골몰한 채 민생을 뒷전에 두고 있다며, 169석의 제1당인 민주당이 책임감을 갖고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민생법안 22개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표는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어제 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소위에서 쌀갑 의무격리제도 법안이 통과됐는데, 일부에서는 지나친 속도전이 아니냐고 한다”며 “하지만 국민들이 필요로 하고 식량 안보의 핵심인 주곡 가격 유지에 여야가 어디에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속도전으로, 최대치의 권한행사를 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민생에 관한 일, 국민에 필요한 일은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신속하게 결과물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1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앞으로도 민생 중심의 입법안을 발굴하고 국회 처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런 차원에서 15~16일 이틀에 걸쳐 전북에서 지역민들과 타운홀미팅, 현장최고회의, 전라북도 예산정책협의회, 김제농협미곡종합처리장 방문 및 현황 브리핑 청취, 쌀값 정상화를 위한 농업단체 대표 간담회 등의 일정을 수행했다. 현장 민심을 듣고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의 다음 관심사는 전북 현안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남원 공공의대) 설립, 전북의 금융중심지화,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등이다. 이 대표는 “균형발전은 앞으로 꼭 취해야 할 중요한 전략으로 민주당은 최대한 책임감 있게 밀고 나가겠다”며 “전북은 민주당의 뿌리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논의하고, 서해안의 큰 자산을 활용하는 등 전북에 꼭 필요한 문제들을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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