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또 국내 여론을 ‘패싱’했습니다. 외교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에서는 침묵하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건데요. 다양한 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하는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순방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자체 검토보고서를 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방한해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후쿠시마산 수산물도 안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는 8월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겠다고 해 윤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는데요. 윤 대통령은 국내 언론에 일체 발언하지 않다가 출국 전날인 지난 10일 A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입장을 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내 여론 패싱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4월 강제동원 제3자 변제로 친일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자, 윤 대통령은 국내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다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최대 현안인 오염수 문제와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국내가 아닌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히고 반대 의사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방류 과정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한국 전문가 참여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방류 중단과 통보 등 3가지를 촉구하면서 사실상 방류를 찬성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여론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윤 대통령의 외골수형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순방 중이라도 관심사항은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고, 이날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년 KBS이사 해임안을 재가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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