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가 문제…여당은 '축출', 야당은 '엄호'
국민의힘, '각하' 노리며 이준석 제명 시나리오 가동…이준석 예상대로
민주당, 이재명 지키기 올인…김건희 특검법으로 맞대응
2022-09-19 16:00:23 2022-09-19 16:00:23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 모두 당대표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축출을 놓고 내홍의 연속이며, 민주당은 사법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위원회는 지난 18일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소집, 이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거친 표현을 문제 삼으며 추가징계 개시를 결정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7월8일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헌당규상 추가징계를 할 경우 이전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게 돼 있어 탈당권유나 제명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가처분은 불합리한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방어적 행위로, 공격용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요격미사일은 날릴 이유가 없다"며 윤리위가 자신에 대한 추가 중징계에 나설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맞설 뜻을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단도 "윤리위의 징계 개시 결정은 3·4차 가처분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법방해 행위이고, 가처분에서 잇달아 패소하자 자행한 재판보복 행위"라며 "가처분뿐 아니라 국제연합(UN)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윤리위원회 시작 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제명 시나리오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시기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15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도 지난 몇 달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에 가시면 꼭 그 사람들이 일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또 순방하신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뭔가를 꾸미고 있지 않을까"라며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고 윤핵관 중심의 윤리위 추가징계 시나리오를 의심했다. 
 
결국 이 대표 예상대로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윤리위는 이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성상납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2시간 조사받은 다음날이자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3국 순방길에 오른 당일 소집됐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오는 28일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이 예정됐다는 점에서 서둘러 윤리위가 소집됐다는 해석이 짙다. 앞서 법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1차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이어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이의신청마저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까지 인용되면 주호영 비대위에 이어 정진석 비대위도 좌초하게 된다. 다만, 이 대표가 제명 조치로 당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면 법적 문제제기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각하될 수 있다. 법원의 추가 인용에 따른 부담이 윤리위 소집을 앞당겼다는 지적이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촬영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 정 비대위원장이 유상범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보인다. 정 비대위원장의 "중징계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지요" 메시지에 유상범 의원이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와중에 19일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자리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돼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정 위원장과 윤리위원회 위원인 유상범 의원 간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정 위원장이 "오케이, 중징계 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하자, 유 의원은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장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리위원과 비대위원장이 경찰 수사결과를 예측하며 징계를 상의하고 지시를 내린다"고 비꼬았다. 정 비대위원장은 "8월13일 유 의원에게 보낸 문자"라며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건 9월7일"이라고 항변했다. 
 
원내대표 선출 결과 또한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61표를 얻어 권성동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지만, 비주류인 이용호 의원이 42표를 획득해 충격을 줬다. 권 원내대표 등 친윤계의 조직적 세몰이에도 '주호영 추대론'이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당내 의원들의 엇갈린 시선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영빈관을 옮길 거라고 발언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엄호에 올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대선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보완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도 진행 중이다. 부인 김혜경씨는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장남 동호씨는 불법도박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 보호에 적극 나서며 맞대응 카드로 김건희 특검법 현실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추진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그대로 둔 채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인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은 이날 첫 전체회의에서 "김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은 영빈관 신축까지 이어졌다. 과거 영빈관을 옮길 것이라는 녹취록 내용은 사실상 지시로 작용했을 법하다"며 "김 여사 특검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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