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경찰청이 지난 7월부터 집중단속한 전세사기 유형의 특징은 전문가들 가세와 함께 사회적 취약계층을 하수인으로 이용하는 조직적 범죄로 진화한 모습이다.
경찰청이 26일 발표한 전세사기 사례 중에는 금융기관 간부직원과 공인중개사, 건설시행사 직원 등 48명이 사회초년생이나 지적장애인을 '가출팸' 형태로 모집해 합숙까지 시키며 범죄에 이용한 예도 있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나 빌라·오피스텔 등을 물색해 전세계약서를 위조한 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후 저당권을 설정하는 수법으로 50억원의 이익을 봤다. 은행 19곳 30여건의 전세자금 대출에 이용된 전세계약서는 합숙훈련을 받은 사회초년생과 지적장애인들이 작업했다. 이 범죄를 주도한 40대 금융기관 간부직원 A씨는 범행에 자신이 근무 중인 은행 전산망까지 이용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0일 이들을 검거하고 A씨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기소 전 추징보전을 법원에 신청해 범죄수익금 4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첫 사례다.
충북경찰청도 무주택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7명의 허위 임대차 계약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대출금 5억원을 편취한 13명을 검거했다. 울산지역에서도 청년전세자금제도를 이용해 기존 세입자가 있음에도 허위전세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7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15명이 검거됐다.
SNS를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한 뒤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다음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사기범들도 서울 마포경찰서와 울산 동부서에서 검거됐다. 울산 사례에서는 28명이 범행에 가담해 15억원을 편취했고 마포 사기 사례는 8명이 가담해 1억원을 가로챘다.
'무자본 갭투자'도 두드러진 범죄유형이었다. 인천 남동경찰서가 검거한 60대 전세사기범 B씨는 빌라 52채를 사들인 다음 전세계약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선순위 근저당권을 해제해주겠다고 속여 100억여원을 가로챘다. B씨는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대부업자 6명으로부터 10억여원을 대출받는 등 총 113억여원을 편취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신축오피스텔을 분양받아 계약금만 지불한 뒤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세입자가 신청한 대출금 1억5000만원을 직접 입금받아 편취한 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역시 자신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벌인 사기행각이었다.
전세사기의 고전적 방식인 이른바 '떳다방' 세력도 이번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세종청 광수대는 청약통장을 매입하고 주민등록초본 변조 및 위장전입 등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 12세대의 분양권을 당첨받고, 당첨자에게 분양권 매도를 권유해 9세대를 불법 전매한 청약통장 브로커 등 ‘떳다방’ 조직 24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
이날 경찰은 전세사기 163건을 조사해 348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구속인원은 34명이다. 이날 발표는 집중단속에 나선지 불과 2개월만이다. 이 건 말고도 지난 24일 기준으로 전국 경찰이 내·수사 중인 전세사기 사건은 518건이다. 총 내·수사 대상 인원은 1410명이다. 집중단속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건 수와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 금액이 과다하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주요사건 34건은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윤승영 수사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전세사기 특별단속 2개월 중간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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