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환율 원인이 국내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 등이 과거 외환위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일 외환수급을 시간대별로 체크하고 있는데, 9월 들어 외환수급 보면 환율변동 요인이 역외가 아니라 국내에 있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의 원인이 국내에 있다고 짚은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는 등 13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성욱 관리관은 "시장에서 일부 쏠림이 있는 것이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사재기라는 식으로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언급했다.
김 관리관은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당시이던 1997년 말 204억 달러에서 2021년 말 4631억 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올해 8월 4364억 달러로 감소했다. 다만 대외자산은 1997년 말 1176억 달러에서 올해 2분기 2조1235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김 관리관은 "경상수지 흑자를 계기로 민간 대외자산이 크게 증가해 완충 자산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구성에서 현금성 자산 비율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김 관리관은 "정부는 외환보유액의 안전성, 유동성을 지키며 일정 부분 수익을 거둬야 한다"며 "우리 보유액이 4000억 달러인데 이자를 1%로 보면 40억 달러(원화 5조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할 경우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예치금으로 두면 이자를 한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외자운용원 등을 두고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있다.
단기외채비율이 증가하더라도 민간 금융기관의 자생적 역할을 키운 제도적 여건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단기외채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큰 자금으로 지표가 낮을수록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비율은 2021년 말 35.6%에서 올해 2분기 41.9%로 증가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2015년 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을 도입해 외채 문제가 생겨도 향후 30일간 은행이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돈을 확보해 놓도록 제도화했다. 올해 8월 은행 LCR 비율은 규제 수준인 80%를 넘어 124.1%까지 높아졌다.
김 관리관은 "저희는 두 번의 위기를 겪으며 정책을 손보고 안 좋은 상황이 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토대로 앞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대외건전성 관련 주요 지표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매일 외환수급을 시간대별로 체크하고 있는데, 9월 들어 외환수급 보면 환율변동 요인이 역외가 아니라 국내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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