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 전자투표 수수료를 높이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증시에 주주총회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주주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전자투표 도입 기업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보니, 일각에선 전자투표 활성화보단 잿밥에 맘이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한 상장사는 총 1366곳으로 전체 상장회사(2187곳)의 62%를 넘어선다. 상장기업 수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수치로 ‘대세’가 된 셈이다. 그러나 실효성과 관련해선 의문이 남는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은 2.0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 도입기업은 크게 늘었지만,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국민연금이 올해 본격적으로 전자투표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함에 따라 주식 수 기준 전자투표행사율은 크게 늘었지만, 개인투자자의 참여율은 수년째 1~3%에 머무르고 있다.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은 지난 2015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를 앞두고 급격히 늘었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 미참석 주주의 의결권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당초 2015년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전자투표 시행 기업에 대해 3년간 유예해주면서 도입 기업이 급격히 늘었다. 이후 코로나19 국면을 맞으면서 수수료 면제와 함께 비대면 주총이 활성화됐고 전자투표 시행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자투표제가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이 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들이 특수를 누리면서 상장사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섀도보팅 폐지 이전인 지난 2017년 10곳 이하였던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들은 제도가 폐지된 2018년 10여 곳이 업체가 생겨났다. 지난해 기준 영업 중인 업체는 4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 보니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선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업체들의 경우 3월 초부터 예약이 꽉 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땅히 정해진 정가가 없고 대주주 지분율이나 안건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다 보니 비용 부담도 크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 실효성이 높지 않지만, 철회하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예탁원이 상장사들을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예탁원은 수수료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전자투표관리 서비스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 규모가 증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 서비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수료 정상화 실현은 불가피하다”며 “수수료 정상화가 전제돼야 서비스 질 제고 추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회사의 위임장 권유와 관련해선 “수수료 징수재개로 인한 발행회사의 대체재는 위임장 대행회사 서비스가 아닌 경쟁사로의 이동”이라고 강조하며 “서면 위임장 방식 대신 전자적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자위임장 권유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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