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물가 행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긴축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 단행이 우세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빅 스텝' 단행 금리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도 가속화할 수 있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2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행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가 2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고, 7월에는 사상 최초로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8월에는 다시 0.25%포인트 높였다.
이달 사상 두 번째의 빅 스텝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은 최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전년 동기 대비 5.6%를 기록하며 지난 7월(6.3%) 이후 2개월 연속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채소류 등 농축수산물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5%대의 상승률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물가 정점을 찍었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달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반등 가능성이 남아있고,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도 예고돼 있어 고물가 기조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의 역전 폭이 큰 점도 금통위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22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단번에 정책금리를 0.75%까지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3개월 연속 단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3∼3.25%)는 우리나라(2.5%)와 비교해 최대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지면 국내 증시 및 채권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 만큼, 한은으로서는 빅 스텝 단행 말고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이후 이창용 총재가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고 언급한 점도 빅 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며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빅 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글로벌 통화 당국들의 기준금리 변경 폭이 종전보다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다시 한번 빅 스텝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빅 스텝 단행 시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문제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놔 한은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금통위가 빅 스텝을 단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정부의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 속에 금통위가 이를 딛고 빅 스텝을 강행할지, 아니면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다. 받아들인다면 점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2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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