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글의 지불했어야 할 망이용료 규모는 지난 10년간 1846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벌어드린 광고수익 규모의 0.25%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통신업계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유통이라는 본연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마땅히 내야 할 영업비용을 자신의 생태계에 종속된 크리에이터(유튜버)를 상대로 전가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구글에 대해 규탄했다. 이에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로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에 시장실패를 우려하며,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SK브로드밴드 등 통신3사는 1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망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이 지난 10년간 지불했어야 할 망이용료 규모는 1846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45억뷰를 기록한 풀HD급 동영상을 10년간 시청했을 경우를 기준으로 환산한 규모다. 월 금액으로 따지면 15만4000원 정도를 10년간 구글이 냈어야 했다.
구글이 45억뷰 수준의 국내 히트작을 통해 10년간 벌어들인 광고수익인 최소 73억6000만원에서 최대 110억4000만원 규모로 추정된다. 동영상 게재를 통해 유튜버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뷰당 2~3원 규모이며, 통상적으로 구글과 유튜버가 45대 55를 기준으로 광고수익을 나누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규모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추론이다. 이 경우 구글이 벌어들인 광고수익 대비 실제 내야 할 망이용료 비중은 최대 0.2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콘텐츠 사업자는 막대한 광고와 이용료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본연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며 "이제는 이를 자신의 생태계에 종속된 크리에이터를 상대로 망이용료를 전가할 것임을 자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현재 구글이 주장하는 것처럼 망이용료를 크리에이터가 지불해야 한다면 현재 받고 있는 막대한 광고와 이용료 수익의 정당성 또한 부정될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이 1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망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 기자간담회에서 망이용료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KTOA와 통신3사는 망무임승차 방지 법안이 필요한 이유로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기업의 망 무임승차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시장실패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꺼내들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는 일반이용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부터 투자재원을 조달해 인터넷 망을 고도화해 왔고, 이러한 거래 질서에는 모든 국내 CP와 대부분의 해외 CP들이 동참해 왔지만, 국내 트래픽의 34.1%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인터넷 질서를 거부하면서 시장실패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률을 발의할 예정이다. 티에리 브레통 EU 집행위원회 내부시장 담당 위원은 지난 5월 올해 연말까지 빅테크기업들이 통신망에 기여토록 하는 법안을 준비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부는 지난 8월 EU 집행위원회에 거대 CP에게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유럽 통신사업자연합회(ETNO)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의 공정한 비용 분담을 도입할 경우 이들이 연간 200억유로 부담 시 2025년 520억~720억유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연간 84만개의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예상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이날 구글이 더 이상 동업자인 유튜버를 볼모로 여론을 왜곡하지 말 것과 구글과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을 포함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이후 지난해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차례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4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도 법안을 내놨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법안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의 지급 거부 행위, 이용요금·계약 조건 등 중요 사항 설명 누락 또는 고지 등을 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망이용료 지급 의무를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시장자율협상으로 안되는 문제(무임승차)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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