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지난해 4만 마리에 육박하는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 동물 중 고양이 로드킬 사례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길고양이들로 인한 로드킬 사고가 급증하는 만큼,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NTR, Trap-Neuter-Return)' 확대 등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동물 찻길 사고'에 대한 취재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로드킬 사고 3만7261건 중 절반인 1만7527건은 '고양이' 였다.
로드킬 사례는 2020년 1만5107건에서 2021년 3만7261건으로 2.4배 늘었다. 같은 기간 고양이 로드킬 사례는 3008건에서 1만7527건으로 5.8배 급증했다. 1년 동안 증가한 로드킬 사고 건수 중 65%를 고양이 로드킬이 차지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9년부터 로드킬 관련 조사 지침을 만들고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시행 후 3년 정도가 지나면서 지자체 담당자들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 시스템에 잡히는 로드킬 건수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국도 위주로 정보가 많이 늘었는데 2021년에는 시·군도, 즉 마을과 가까운 곳에서 신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 구역 혹은 군 구역 내의 도로를 뜻하는 시·군도의 로드킬 신고 건수는 2019년 716건에서, 2020년 689건, 2021년 1만6715건으로 늘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2022년도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대책이 '야생동물'에 초점이 맞춰져 유도 울타리 설치, 발광 다이오드(LED) 로드킬 주의표지판 설치 등이 주요 골자라는 점이다. 가장 로드킬 사례가 많은 고양이 로드킬에 대한 대책과는 동떨어져 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 중이다. 고양이 로드킬이 시·군도와 같은 도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TNR 사업은 로드킬을 막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TNR은 2002년 경기도 과천시에서 최초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됐다.
지자체별로 국비와 자체 예산을 합해 운영 중이다. 올해 NTR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170억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NTR을 통해 중성화 된 고양이는 전국에 8만3539마리다. 2019년 6만4989만리에서 소폭 늘었지만 길고양이 로드킬 증가 건수에 비하면 증가 폭이 적다.
지난 2020년 동물자유연대가 지자체 TNR 예산에 대해 시민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8%가 TNR시 겪은 문제점으로 '예산 부재로 진행하지 못함'을 꼽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고양이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집 안에서 키우는 동물이지만 길고양이는 애매한 부분이 조금 있다. 어쨌든 (현행법 상으로) 길고양이 보호 정책을 농식품부에서 하고 있지만 예산이나 등에서 많이 부족해기 때문에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동물 찻길 사고'에 대한 취재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로드킬 사고 3만7261건 중 절반인 1만7527건은 '고양이' 였다. 사진은 길고양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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