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청년 직원 A씨가 배합기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망사고 다음 날에도 기계를 가동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파리바게뜨와 베스킨라벤스 등 여타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SPC 검색 내용에는 'SPC 계열사를 이용하지 말자'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관련 게시물 내용을 보면 빠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리크라상, 샤니,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 계열사 리스트가 나열됐다. 리스트 밑에는 'SPC 악덕기업의 만행을 더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기업' 등 이라는 불매운동에 동참을 권하는 글도 함께 적혀있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이 기사 보고 너무 속상했다. 불매로 참여해야겠다", "사람이 죽었는데 피묻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다음날 시키다니, 사람이냐", "이런 불매 운동이 얼마 안가는 것도 문제다" 등의 글을 올리며 불매 활동에 동조했다.
19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SPC 불매와 관련된 게시물 댓글. (사진=SNS 캡쳐)
이들이 공분을 산 이유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16일 SPL 평택공장에서는 사고 설비를 흰 천으로 가리고 나머지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된 설비 2대를 가동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A씨의 동료 직원들은 동료가 작업 중 사망했다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작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SPC그룹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평택 SPL 공장에서 사고 발생 직후, 문제가 된 설비를 포함해 동일 기종 기계의 모든 가동을 중단했다고 빈빅했다. 또 사고를 목격한 직원들은 업무를 중단시켰고, 인근 생산라인도 모두 멈춘 후 150여명의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 SPL 사업장에 근무 중인 A(23) 씨는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현장에는 A씨 외 직원 1명이 더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사망한 공장에서는 '끼임 사고’가 수년째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SPC 평택공장에서 37명이 사고 재해를 당했다. 사고 유형으로 끼임사고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다. 넘어짐 11명(29.7%)과 불균형·무리한 동작 4명(10.8%)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사망 사고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손 끼임 사고가 있었지만 즉시 병원 이송을 하지 않았다는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유족 측의 거부로 A씨의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시 유족 측이 동의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진행한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전날 과실치사 혐의로 SPL 제빵공장 안전 책임자를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7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라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SPC 불매와 관련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사진=SNS 캡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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