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경기도 평택 SPC그룹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씨(23)가 숨져 사회적 공분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A씨를 애도하는 추모제와 SPC 그룹을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A씨를 위한 헌화의 시간을 갖고, 추모 공간에 설치된 '추모의 벽'에 애도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행동은 추모사를 통해 "SPL 평택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여성청년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비통함에 쌓여 있는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던 점을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짚었다. 권영국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왜 SPC그룹의 계열사에서는 이런 참담한 비극이 발생한 이유는 노동자를 감정이 없는 기계로 취급해 왔기 때문이다. SPC 그룹의 공통된 특징 중에 하나는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52시간의 제한된 시간을 지키기 위해 1인이 감당하기 힘든 작업의 물량을 강제하고 있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평택공장 지회장도 "가장 큰 문제는 하루 기준 생산물량을 소화해 내야하는데 안전장치가 있으면 생산 속도가 느려 1일 생산량이 떨어지니까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근로는 힘들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니 사람이 다치게 돼 있다. 여유 있게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꼭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날 법원이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라빈스 매장 앞 1인 시위를 금지했지만, 기존에 계획했던 전국 규모의 1인 시위를 이행했다. 전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과, 베스킨라빈스·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이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이 화섬식품노조와 공동행동을 상대로 '매장 앞 1인 시위와 온라인 게시물 게재를 중단하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 때문에 노조와 공동행동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노동권과 관련된 1인 시위를 SPC 계열 매장 100m 반경에서 할 수 없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을 내야 한다. 법원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직영점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시위는 금했지만, '노조파괴, 노동착취 중단' 시위와 이와 관련된 온라인 게시물은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법원에 결정에 공동행동은 즉각 논평을 내고 "법원이 SPC그룹과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은 시민들과 노조 조합원들에게 '입 닥쳐'라고 명령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국 600여개 단체와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번 1인 시위에 참가한다"고 했다. 이날 SPC 그룹 규탄 1인 시위는 서울, 전북, 대전, 제주 등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파리바게뜨 서대문점 앞에서 SPC 파리바게뜨 불복종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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