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특검을 제안하면서 거부시 '단독 처리'까지 시사하고 나서자, 이를 '의도적인 시간끌기, 물타기 수사'로 규정, 비판했다. 또 "자신의 사법리스크 피하기 위해 민주당 동원하고,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안될 때, 믿을 수 없을 때 도입해서 하는 것인데 수사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이런저런 이유로 특검을 피하다가 정권 바뀌고 수사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까 특검 주장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에 대장동 개발 의혹을 총망라해 규명할 특별검사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거부할 경우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해야 된다"고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수용하라. 언제까지 인디안 기우제식 수사에 국가 역량을 소진할 수는 없다"며 "뿌리부터 줄기 하나까지 사건 전모 확인은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이재명을 때린다고 정부여당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며 "민주당을 탄압한다고 정부여당의 무능이 감춰지지 않는다. 정치보복의 꽹과리를 울린다고 경제침체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사업'이라는 이 대표의 말을 차용해 "단군 이래 최대 부패 사건"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건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공개돼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무려 40여차례 걸쳐서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고, 특검 통과를 위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으며, 심지어 양당 원내대표 공개 토론도 요구했다"며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았다. 속이 뻔한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 끄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고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수사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특검을 요구하면서 시간 끌기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해 11월 당시 이재명 후보가 마지못해서 형식적 특검 수용하겠다고 하자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철저한 검찰, 공수처 수사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까지 하면서 물타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은 자신이 최대 치적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빼놓고 물타기, 물귀신 작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검은 할수록 정쟁 심화된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특검으로 가고 정쟁을 없애서 민생에 집중하자'고 한 주장에 "가장 민생에 집중하는 방안은 지금 검찰이 신속·엄정하게 제대로 수사해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일밖에 없다"고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을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핑계를 대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우리가 특검하자고 할 때 '시간 끌고 뭉개기용'이라고 했던 사람이 이재명 대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검은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을 때 하는 것이지, 수사를 뭉개기 위해서 하자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앞뒤가 안 맞다"며 "국민들이 그땐 왜 거부했고 이제와서 하자고 하는지 속내를 잘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시사한 데에서는 "임대차3법이나 검수완박법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전례를 비춰보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다"면서도 "그럴수록 국민들은 왜 저럴까 알아차릴 거라 생각한다"며 사자성어 '욕로환장'(보여줄 듯 도로 감춘다)을 내세웠다. 그는 "드러내려고 하면 오히려 감추어라는 말이 있듯 감출수록 국민이 안다"며 "대선 패배한 후보가 곧바로 지역구 바꿔서 국회의원되고, 당대표 되려고 하는데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방탄장치 하는 것'이라 얘기했다. 이번에도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특검으로 수사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훨씬 더 잘 알 것"라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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