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신나는 노래를 어떻게 틀겠어요. 마음이 좋지 않아서 조용한 음악으로 선곡부터 바꿨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이태원 참변을 애도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지난 29일 사고 발생 이후 다음 날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찾아 매장을 장식하고 있던 핼러윈 장식을 먼저 제거했다. 정부 지침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이 내려오기도 전이었다.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태원 부근 지역이 아님에도 자체적으로 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직장인과 달리 하루 벌이가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영업자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인근 상점에 휴업 메시지가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31일 소상공인들은 이태원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상영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적자와 최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영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가게 문을 열었지만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음악을 트는 매장은 최신곡이 아닌 발라드, 클래식, 명상음악으로 선곡을 변경하고 노래 소리도 줄였다. 작게나마 함께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30일 서울시 식품정책과에서는 희생자 애도와 추가 사고 예방을 위해 클럽·주점 밀집지역 업소 등에 영업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 서울의 대다수 클럽은 애도를 표하면서 휴업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31일 직할지회장들에게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 이태원 핼러윈 사고 관련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30일부터 양일간 이태원로 주변 100여 개 업소가 문을 닫고 추모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고 부근은 물론 경리단길, 순천향대 방면의 가게들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이들 중 일부 매장들은 애도기간인 11월5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이태원 부근을 지나던 한 시민은 "생각보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며 "이태원에 사람이 없고 가게는 문을 모두 닫아 정적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11월4일부터 양일간 진행하기로 했던 '2022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기능경진대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유가족과 온 국민의 슬픔을 고려해 국가애도기간인 11월5일 이후로 행사 개최를 연기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예상치 못한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아 소상공인대회의 연기를 결정했다"며 "행사 준비에 매진해온 관계자들과 기능경진대회를 위해 실력을 쌓고 계신 참가자들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비통한 심경의 유가족분들을 생각한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