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 램프업(본격 생산) 일정이 내년으로 또다시 미뤄졌다. 인텔은 사파이어래피즈를 당초 지난해 3분기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하반기로 미룬 뒤 최근 내년 초로 재차 연기하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의 실적 정상화 시점도 늦춰지게 됐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7 공정의 낮은 수율로 인해 차기 사파이어 래피드(Sapphire Rapids) 제품의 양산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지연됐다. 인텔7은 10나노미터(nm) 공정을 지칭하는 인텔의 명칭이다.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는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사파이어 래피드의 생산 수율은 50~6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산에 필요한 수율을 통상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웨이퍼 100개를 투입하면 이 가운데 60개는 불량 없는 완제품으로 나와야 생산 효율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사파이어래피즈는 기존 세대 대비 30배 향상된 AI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DDR5를 지원한다는 부분에서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DDR5는 현재 PC와 노트북,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DDR4를 대체할 차세대 규격으로 시장에서는 DDR5의 등장으로 클라우드, IDC 등 업체들의 대규모 교체를 예상해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서버용 CPU는 인텔의 제품말고는 딱히 대체제가 없다. 인텔이 서버용 CPU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서버 CPU를 바꾸려면 D램 모듈도 함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DDR5 수요 확대에도 직결된다. 따라서 DDR5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인텔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실제로 각 기업의 3분기 메모리 재고에도 인텔의 양산 지연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재고는 시장 여건이 안좋아 수준이 높아졌다"며 "다만 D램 공정 난도가 높아지고, DDR5 칩 사이즈가 커지면서 생산 증가에 많은 제약이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어서 원활한 수요 대응 기준이 높아지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생각하면 현재 재고 수준을 과거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무리"라며 "물론 3분기 고객사 재고 조정이 크게 나타나면서 저희 재고도 급격히 증가한 것도 사실이기에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6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공급단과 고객을 합친 재고 수준은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피크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D램 최대 수요처는 모바일 시장이었으나 올해부터 서버용이 모바일용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연간 서버용 D램 수요가 684억8600만 기가비트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용 D램 수요(662억7200만 기가비트)를 처음 넘어서게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서버용 D램 수요를 견인하는 것은 데이터 센터로 예상됐는데 이게 딜레이가 됐다"며 "DDR5가 DDR4 보다 고가니까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는데 인텔의 양산 시점이 금년에서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금년 D램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도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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