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여행객 증가 기대감으로 미국 항공주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반면, 국내 항공주들 주가는 여전히 힘을 못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지만 국내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4일 CNBC에 따르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티커명 UAL)의 주가는 지난 한달 새(9월30일~11월2일) 32.53달러에서 41.11달러로 26.38% 올랐다. 델타 항공(DAL) 역시 한달 새 14.26% 올랐으며 라이언에어(RYAAY), 아메리칸 에어라인(AAL)도 각각 13.75%, 12.79% 상승했다.
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팬데믹은 끝났다'라고 발언한 직후 항공주들은 일제히 급등, 이후에도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미국 항공주들은 팬데믹 이전의 승객 수 또는 매출을 상회하며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델타항공의 3분기 매출은 139억8000만달러로 2019년 기록한 125억6000만달러를 상회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2019년보다 비행편은 축소했지만 항공료 인상에 힘입어 매출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역시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예상치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발표해 강세를 보였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운송 실적은 9.6% 줄었지만 매출은 13% 증가했다.
미국 라이언에어의 경우 승객 수까지 팬데믹 이전을 넘어섰다. 10월 승객수는 157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4%를 웃돌며 같은 달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항공 이용객 수 추이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도를 상회했으며 미국 평균 항공 운임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항공기 구매 건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최근 관측되는 여객 수요 회복이 단기간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관측했다.
반면 국내 항공주들 주가는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여객 업황 회복에 일부 항공사는 손실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003490) 주가는 같은 기간(9월30일~11월2일) 2만2100원에서 2만2850원으로 3.39% 오르는 데 그쳤다.
제주항공(089590)(-20.31%)과
진에어(272450)(-19.75%)는 20% 내외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더딘 여객 수요 회복에도 견조한 화물 수요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중소 항공사들에 대한 투자 심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에 대해 "여행 수요 회복 속도가 기존 예상을 하회한다"며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으로 여행 비용이 증가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행수요가 2019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기존 예상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에 3분기 역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20% 하향했다.
진에어의 경우 자본 잠식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8월 750억원 영구채를 상환하면서 외화 환산 손실 증가에 따른 자본 잠식 우려가 불거졌지만, 지난달 말 7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이슈를 해소했다.
속도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해외 장거리 및 프리미엄 여행 수요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긴축정책이 지속되며 여행 수요도 일부 타격을 받겠으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소비 양극화 수혜를 기대해봄직하다"며 "북미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프리미엄 좌석 매출액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미 지역 내 여객 공급 차질로 인한 티켓 가격의 인상 가능성 수혜도 추후 기대할 수 있겠다"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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