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가 국내 판매 모델을 잇따라 단종하고 있다. 대신 주력 차종을 국내에서 생산하되 내수 판매 보다는 수출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국을 수출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11월말 가동이 중단된다. 한국지엠은 연내 부평2공장 직원 1200여명을 각각 창원공장 700여명·부평1공장 500여명으로 나눠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말리부와 트랙스가 단종되는 만큼 부평2공장 근무 인력을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으로 보낼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경차 스파크도 2023년 초까지만 판매하고 단종시킬 계획이다. 이전에는 임팔라, 다마스·라보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사진=한국지엠)
르노 역시 판매 중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르노 본사에서 수입 판매를 진행하던 캡처 및 조에 판매가 중단됐고 위탁생산 중이던 트위지 역시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제네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은 한국 사업장을 수출 기지로 삼고 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지난달 방한해 "한국은 국가 자체로 굉장히 좋은 시장이고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을 보더라도 여기서 차를 생산해 유럽 등 다른 국가로 연결할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수 보다는 글로벌 수출 모델 1~2종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1분기 양산 예정인 새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르노코리아는 XM3가 대표적이다. 모두 한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이다.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9.0% 증가한 2만2741대로 집계됐다. 올 들어 최대 월 수출 실적이자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가 1만7917대 수출되며 한국지엠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도 지난달 수출이 1만4920대로 125.2% 늘었다.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가 1만2388대로 수출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회사 모두 수출에 집중하면서 내수 경쟁력은 점점 뒤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캐딜락과 함께 최근 GMC까지 론칭하며 멀티 브랜드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한국지엠은 2025년까지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모두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 CUV만 남기며 생산기지 역할에 무게를 실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출시한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유일한 신차다. 르노는 중국 지리홀딩그룹 산하 볼보의 최신 플랫폼을 활용해 2024년 선보일 중형급 하이브리드차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 출시는 2026년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성공 모델인 QM3처럼 르노그룹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모델 1~2개를 들여와야 한다"며 "동시에 노사안정화와 부산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차 개발보다는 현지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나 GM이 전기차를 국내에서 조립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르노코리아의 경우 매출이 그룹에서 9위에 불과해 한국은 주요시장이 아니다"며 "결국 미래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고 유럽의 전기차 규제가 대폭 강화돼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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