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사진)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가 아들을 향한 편지를 남겼다.
이지한의 어머니는 11일 이 편지를 민주당에 보냈고,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이를 대신 낭독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에서 낭독한 고 이지한 배우의 모친이 고인에게 쓴 편지. 편지는 유족의 허락을 받고 공개됐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고 이지한 어머니가 쓴 편지 전문이다.
지한아.
넌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하고 잘 생겼더라.
뱃속에서도 순해서 애가 잘 있나 만져보기까지 했어.
널 키울 때는 하도 순하고 착해서 이런 애는 20명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이번 '꼭두의 계절' 촬영을 하면서 너무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지.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식단 조절하느라 "엄마 이거 더 먹어도 될까?"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항상 마음이 아팠어.
드디어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돼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지금도 믿을 수가 없구나.
네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네 핸드폰을 껴안고 잠이 들 때 엄마는 뜨는 해가 무서워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며 네 침대방에 들어가면 내 손을 꼭 한 번씩 잡던 내 보물 1호.
너를 내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보낼 수가 있을까.
발인 때 너를 사랑하는 수백명의 지인들과 친구들과 형들을 보니 우리 지한이가 이렇게 잘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더 억장이 무너지고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기가 싫어지더라.
나도 죽는 법을 찾을까?
죽지 못하면 모든 걸 정리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처박혀 숨도 크게 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해가 뜨는 게 무섭고 배가 너무 고파 내 입으로 혹시 밥이라도 들어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너를 떠나보내고 어찌 내가 살까 지한아.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가 부담될까 봐 내가 돈 벌어서 사면 된다고 말하던 지한이.
지한이가 봉사활동도 다녔다는 걸 몰랐어.
항상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더니… 그렇게 착한 일도 했었구나.
자기 자신보다는 부모를, 자기보단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천사 지한이.
너를 어떻게 보내니.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너의 관을 실은 리무진을 에스코트할 때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아님 "이런 에스코트를 이태원 그 골목에 해줬으면 죽을 때 에스코트는 받지 않았을 텐데"라는 억울함이 들었어.
너무 분하고 원통하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존경한다 아들아
보고싶다 아들아
고생했다 아들아
다시 볼 수는 없겠니…
하느님 저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지한이를 돌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아들아
편하게 고통 없이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렴.
엄마도 따라갈 테니까…
-나의 보물 지한이에게 엄마가-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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