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수험생들…학부모들, 눈시울 붉히며 응원

"열심히 한 만큼 원하는 결과 나왔으면"오전 8시40분 전국 1265개 고사장서 시험 시작초등학생들도 나와 간식 나눠주며 수험생 응원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긴장된 마음을 부여잡고 각오를 다지면서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배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은 동이 트기 전 이른 시간부터 수험생들이 하나 둘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발열 검사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쌀쌀한 아침 기온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가방과 도시락을 든 채 상기된 표정으로 시험장을 향해 걸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을 기념하고자 교문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는 수험생들이 17일 서울여의도여고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영등포여고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유화령 양은 "평소처럼 모의고사 시험을 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수능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방통행인 학교 앞 도로는 수험생들을 내려주기 위한 차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학부모들은 차에서 내리는 자녀에게 하나같이 "화이팅"을 외쳤다. 자녀와 함께 걸어와 배웅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말없이 꼭 안아주는 광경도 자주 보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교문 앞에 서 있기도 했다.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수험생 학부모가 17일 여의도여고 앞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러 들어가는 딸에게 포옹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최윤정(45) 씨는 "불고기와 계란국 등을 도시락으로 준비해줬는데 소화가 잘 될지 모르겠다. 시험 끝나고 외식을 하려고 했는데 치킨을 시켜놓으라고 해서 그러려고 한다"며 "딸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딸의 어릴 적 사진으로 응원 피켓을 만들어 온 학부모도 있었다. 김나연(45) 씨는 "딸을 응원하고자 남편과 둘째 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왔다"면서 "딸이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다. 평소처럼 잘하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서울 여의도여고 앞에서 한 수험생 학부모가 딸의 어릴적 사진을 들고 응원하고 있.(사진 = 장성환 기자)

 

원래 수능 당일 시험장 앞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떠들썩한 응원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자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수능에도 수험생 응원전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이날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 김지수·배윤진·유지아 양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 이들은 "수능 잘 보세요"·"시험 잘 치세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들이 준비한 초콜릿 등의 간식을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배 양은 "어젯밤에 즉석으로 계획해 응원을 나오게 됐다"며 "너무 중요한 시험이니 다들 힘내서 잘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17일 오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시험장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10분에 임박해서 도착한 수험생들도 있었다. 오토바이나 경찰차 등을 이용해 도착한 이들은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2023학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265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응시자 수는 50만8030명이다. 

 

장성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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