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다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과세 준비 미비가 배경으로 꼽히지만 2030등 청년층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미국이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카프)'에 2029년에 참여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자칫 국내 이용자에게만 과세가 집중될 경우 여론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가상자산 과세는 시행을 미루는 방향으로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기타소득세·지방소득세를 합산한 22%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이후에도 시행 시기를 2021년 10월1일자에서 2022년 1월1일자로 3개월 유예한 바 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에 대한 준비 기간을 고려한 개정안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준비 부족'을 명분 삼아 총 세 차례 유예됐습니다. 여기에 이재명정부도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재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청와대는 가상자산을 '자산 사다리'로 활용하고 있는 청년층의 반발을 고려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30대 이하 사용자가 전체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중복 계정 포함)은 총 1117만5000개로 집계됩니다. 이 가운데 30대가 26.7%, 20대 이하가 17.4%입니다.
또 블록체인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0대의 78.7%, 30대의 77.2%가 가상자산 과세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소액투자자가 대부분인 만큼 과세 시행에 따른 부담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의 약 85%가 보유자산 500만원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약 90%에 달합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되는 만큼 청년층에 대한 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청년층 반발을 고려한 겁니다.
미국이 카프에 2029년부터 참여한다는 점 역시 과세 유예의 결정적 원인입니다. 카프는 세계 각국 과세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로부터 이용자의 거래 정보 등을 수집해 교환하는 제도인데, 가상자산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참여가 늦어지면 국내 이용자에게만 과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여당에서도 이를 고려해 가상자산 과세를 2029년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또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올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다만 청와대는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달 말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당정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유예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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