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철강업계가 저탄소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내면서 탄소중립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이 올해 1월~8월 인도한 선박 22척의 생애주기(평균 24년) 동안 탄소 감축 기여량이 총 1058만톤에 달한다. 이는 승용차 약 595만대가 1년간 주행하며 배출하는 전체 탄소 배출량에 해당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스코프(Scope) 3 선박 운항 단계 탄소감축 방법론’을 만들어 한국표준협회에서 신뢰성을 획득했다. 탄소 감축 기여량은 한국품질재단 검증을 받았다.
스코프3은 ‘GHG 프로토콜’에 따른 탄소 산출 영역이다. GHG 프로토콜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제시한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영역(Scope)을 배출원에 따라 Scope 1~3으로 정의한다.
스코프 1은 ‘직접배출’로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직접 발생된 탄소를 뜻한다. 스코프 2는 ‘간접배출’로 기업이 구매해 소비한 전기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된 탄소다. 스코프 3은 ‘기타 간접배출’로 스코프 1~2를 제외한 물류와 출장, 협력사, 제품 사용에 따른 배출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된 탄소를 가리킨다.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친환경 선박 수주를 이어가며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 마란가스로부터 수주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는 스마트 에너지 절감 시스템인 축발전기 모터 시스템(SGM)과 공기윤활시스템(ALS) 등이 적용됐다.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올해 4월 마란가스에 인도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에도 축발전기와 공기윤활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비슷한 규모의 기존 선박보다 약 5% 연료 절감 효과를 얻었다. 주요 항로인 유럽-아시아 운항 기준으로 척당 연간 25억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축발전기는 운전중인 선박 엔진 축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다. 이 기술은 발전기 가동시간을 대폭 줄여 연료비를 줄이고 불연소된 메탄이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현상인 ‘메탄 슬립’을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배출량도 감축한다. 공기윤활시스템은 선박 바닥 면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연속으로 만들어, 운항 중 생기는 마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Onboard CO2 Capture System·OCCS) 장비를 LNG 운반선에 탑재해 성능 검증도 마쳤다. OCCS 기술은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일부를 흡수제인 수산화나트륨(NaOH) 수용액을 통해 흡수 시켜 광물 형태로 바꾸고 흡수액은 재생해 이산화탄소 흡수 과정에 다시 쓴다. 이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광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건조중인 선박에 OCCS를 적용하기 위해 그리스 해운사 가스로그, 미국 선급 ABS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10월 덴마크 선사 머스크로부터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머스크에서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 19척 모두 인도돼 운항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약 230톤 줄일 수 있다.
소형 모듈 원전(SMR)을 통한 차세대 에너지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향후 해상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7월 발간한 통합보고서를 통해 조선업계 최초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 한국경영인증원의 제3자 검증을 받아 발표했다”며 “2050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과 전략을 수립중이며 고객사와 LCA(Life Cycle Assement) 협업을 수행하면서 선박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감축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 (사진=포스코)
철강사도 탄소중립 열기가 뜨겁다. 철강은 1톤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8톤이다. 생산된 철강재의 85% 이상이 재활용된다. 하지만 생산 규모가 커서 연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약 8%가 철강 산업에서 배출된다.
이에 석탄 등으로 철광석을 녹여 철강을 만드는 고로 업체들이 수소환원 제철을 지향하고 있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는 11월 탄소중립 마스터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을 발표하고 LG전자, 볼보 건설기계와 매스 밸런스형 저탄소 강재 제품 공급 및 구매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매스 밸런스형 저탄소 강재는 외부 전문기관에서 인증받은 탄소 배출 감축 실적이 반영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고객사는 그에 상당하는 탄소 배출량 저감을 인정 받는다.
포스코는 202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 사업장 감축 10%, 사회적 감축 10%, 2040년 50%,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탄소 배출 없는 생산 방식인 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석탄과 철광석을 반응시켜 탄소를 배출하는 전통 고로 공정 제철 방식을 벗어난 방식이다. 하이렉스에서 수소는 예열을 거쳐 다단으로 구성된 유동환원로 하부로, 광석은 상부로 투입돼 고체환원철(DRI)이 만들어진다. 이후 그린 전력을 이용해 전기로 내에서 DRI를 녹이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제철(004020)도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 ‘하이큐브(Hy-Cube)’를 개발하고 있다. 신 전기로(Hy-Arc)에 철스크랩(고철),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 고급 판재류를 생산하는 체계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하이큐브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다.
동국제강의 럭스틸BM-PCM 제품. (사진=동국제강)
전기로 회사인
동국제강(001230)도 친환경 제품으로 탄소 저감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국내 최초로 바이오매스를 60% 이상 사용한 친환경 컬러강판 ‘럭스틸 BM-PCM’을 2023년 상반기 상업화한다. 바이오매스는 재활용 가능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열분해 발효시켜 만든 원료다. 석유계 원료를 대체해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친환경 원료로 구분된다.
동국제강은 국내 도료사와 공동 연구해 바이오매스 함량을 기존 최대치 30%의 두 배인 63%로 극대화했다.
컬러강판 도료는 수지, 용제, 안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용제가 절반을 차지한다. 용제는 석유계 원료로 도료의 점성을 조절하는 데 쓰인다. 컬러강판 제조 시 가열 건조돼 이산화탄소 등을 발생시킨다.
이 강판에는 색과 기능을 입히는 도료의 석유계 성분 ‘용제’와 ‘수지’ 모두 바이오매스가 적용됐다. 동국제강은 이번 강판 개발로 기존 석유계 도료 기반 제품 대비 탄소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고로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던 회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존 고로사들은 수소환원제철로 나아가기 위해 전기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고 기존 전기로 회사 역시 고효율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데, 전기 생산도 친환경이어야 한다는 사회 전체의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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