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 앞을 뜨겁게 달궜던 '국민의 명령이다. 간호법 제정하라'는 전국 60만 간호인의 외침을 듣지 못했는가."
23일 오전 대한간호협회가 여당에게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간호법 제정!!'이라고 적힌 형광색 옷을 입은 500여명의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는 직사각형 대형을 유지하고 구호를 외쳤다. 지난 21일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모인 국회 앞 총궐기대회 이틀 만이다.
이 자리에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법을 즉각 제정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간호법은 간호계가 수년 전부터 요구했던 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11월 23일을 시작으로 1년째 수요일마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떼어내 업무 환경과 체계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간호법이 제정돼 시행되면 간호사의 업무는 현행 의료법이 정한 데서 더 넓어진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 수집, 간호 판단과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을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최연숙 의원은 지난해 3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간호법을 발의했다. 1년이 넘긴 지난 5월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 계류의 원인이 국민의힘에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신경림 회장은 "지난 5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은 192일이 지난 지금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국민의힘이 5월26일, 10월26일 그리고 오늘 11월23일까지 벌써 세 번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간호법안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 인사들이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대한간호협회는 여당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간호법 제정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집회를 주도한 손혜숙 이사는 "간호법 제정은 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했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간호사들의 구호 제창, 신경림 회장의 성명서 낭독 등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는 가두행진으로 마무리됐다. 인파는 집회 이후 경찰 통제를 받으면서 국회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작된 행진은 국회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마무리됐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집회 참가자들은 통일된 구호를 외치면서 시민들에게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알렸다.
행진 종착점인 국회 앞에선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면서 1인시위를 전개했다.
15년 이상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김씨는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를 마주 보고 자리한 국회 1문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1인시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매우 힘든 환경에서 일을 한다"며 "밥 먹을 시간도 거의 없고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면서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간호법 제정으로) 1인당 환자 수를 개선하고 간호사들이 오래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재직 중인 17년차 간호사 최씨는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근처 2문 앞에서 1인시위를 맡았다.
최 간호사도 "선진국에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법이 있는데,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환자 간호의 질을 높이려면 (간호법이 제정돼) 간호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안전하게 간호할 수 있고 간호사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체제와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국민 건강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간호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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