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시설을 짓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된다. 특히 바이오 납사(Naphtha) 등 저탄소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RE100)할 경우에는 배출권 제출의무를 일부 면제한다.
또 유가증권 거래에 전문성이 있는 증권사가 배출권을 위탁받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배출권 선물거래 도입 등을 통해 배출권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 수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배출권을 거래하게돼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한다.
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절차를 효율화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배출 업체에 대해서는 50~100만원 수준의 배출권거래시스템 연회비를 면제한다.
연내 종료되는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에 대한 일몰기한도 2025년까지 연장하고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한 탄소중립 설비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열고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제도 개선방안'을 24일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가 업체별로 온실가스의 배출허용총량(배출권)을 할당하고 배출권이 여유있거나 부족한 업체 사이에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69개 업종, 733개 업체이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이다. 이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2015년 2억9100만톤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3억2600만톤까지 증가했다. 이는 배출량보다 많은 배출권 할당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부문의 배출권은 22억만톤으로 실제 배출량인 21억5100만톤보다 4800만톤 많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산업부문 배출량이 지속 증가하는데도 오히려 배출권 판매 수익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온실가스를 감축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보유한 배출권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해야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개선방안은 △지침 개정 등으로 즉시 개선이 가능한 단기 과제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과제 등 2단계로 구성됐다.
정부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시설(BAT, 배출효율 상위 10%)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하는 방안이다. 노후설비를 교체해 배출효율이 개선된 경우에도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한다.
바이오납사로 원료를 생산하는 등 저탄소 친환경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인정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할 경에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한다. 기존 태양광·풍력·수력에너지에 이어 모든 재생에너지가 적용된 셈이다.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당사자의 범위도 늘린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700여개 기업에만 거래를 허용하다가 3차 계획기간 시행 시점인 2021년부터는 증권사 일부 참여를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거래 비중이 미미한 점을 들어 단기적으로는 시장조성자를 추가 지정하고 증권사 보유를 확대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기타 금융기관과 개인의 참여도 허용할 계획이다.
배출권이 남은 기업이 배출권을 매도하는 시기와 부족한 기업이 배출권을 매수하는 시기도 일치시킨다. 배출권 거래 때 활용 가능한 자료를 늘리는 등 기업의 매매 결정도 돕는다.
국제연합(UN)에서 인증받은 감축실적(CDM 사업)은 상쇄배출권으로 전활할 때 검토항목을 간소화하고 관장기관과 환경부 동시검토로 소요기간도 줄인다.
2020년 이전 해외 감축실적은 2022년까지 인증을 신청하도록 했는데 코로나19 등 정당한 지연 사유가 있다면 신청기한을 연장하는 등 외부사업 인증 절차와 기준도 바꾼다.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고 검증하는 철차도 개선한다. 측정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정확성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저감효율 측정 대상을 국제기준에 맞춰 완화한다. 즉, 현행 전체 설비의 연 20%로 효율 측정 대상을 정했으나 10%로 낮춘다. 폐기물 소각시설에는 바이오매스 굴뚝 자동측정방법 사용이 가능하도록 공정시험 기준을 마련한다.
측정방법 등의 변경이 없는 경우 기존 제출한 배출량 산정계획서를 활용하도록 해 매년 중복된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연 2회 보고를 연 1회 제출로 변경한다.
배출계수 산정 오류로 인한 기업의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출량 보고 시기인 3월 이전에는 사전 컨설팅을 실시한다.
신규 시설에 대해서는 사전 할당받은 배출권 대비 1.5배 이상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한다. 중소·중견기업의 배출권거래제 이해도 제고를 위해 제도 이행단계별로 교육도 실시한다.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배출 업체는 50~100만원 수준의 배출권거래시스템 연회비를 면제한다.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은 2022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하고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 탄소중립 설비 등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2단계 제도개선을 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할당방식도 개선한다. 간접배출 관리방안을 개선하고 상쇄배출권 제도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배출권 이월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논의해 2023년까지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우선적으로 즉시 개선이 가능한 단기 과제 중심"이라며 "이번 개선을 통해 기업들의 제도 이행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의 기업 의견을 반영한 정책방향을 설계해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감축투자를 유도하면서 의무이행에 따른 부담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 친화적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열고 '배출권거래제 제도 개선방안'을 24일 발표했다. 사진은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