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국민의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간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오는 29일로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이 된다. 158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 당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없었다는 비판 속에, 참사 한 달이 되도록 경찰 수사결과가 먼저라는 정부의 태도에 책임도 실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 1일 출범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8일 '한 달 가까이 수사한 특수본에 대한 평가'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해왔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했다. 특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신청할 계획이다.
특수본의 수사범위 등을 볼 때 경찰·소방·행정 일선에 책임을 국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특수본은 지난 26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2차 소환조사했고, 28일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김모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과 김 전 정보과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총경(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등 1차로 입건된 주요 피의자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특수본은 현재까지 입건한 17명 외에 소방청 간부 등을 상대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여야를 비롯해 여론도 사퇴 촉구로 모아졌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데다, 국민의힘도 적극 엄호로 전환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민주당의 파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국민의힘도 같은 날 "이 장관의 탄핵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하고,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길거리로 뛰쳐나가 정권 퇴진을 외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28일을 최종 시한으로 정해 윤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인지, 이 장관인지 이제 선택하라"며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로, 오늘 중 때늦은 결단이라도 보여주기를 마지막으로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상식과 민심을 거부하면 내일부터 국회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를 이어받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하면 국정조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방어막을 쳤다.
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국조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의 정상적 처리'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요구 철회' 등을 요구했다. 특위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은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고, 시한까지 명시하면서 행안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원내대표 간 합의, 협치 정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인 박성민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국정조사를 하기도 전에 주무 장관 파면을 요구한 것은 국정조사 합의를 정면으로 깬 것"이라며 "이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국정조사는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기본법) 개정 발의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지만 법안 처리는 전무하다. 이날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검색된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 예방 내용을 담은 일부개정법률안은 11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개,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1개지만 본회의 문턱에도 이르지 못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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