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화그룹 우주 사업이 발사체 기술 확보로 본궤도에 올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함께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해 확보한 역량으로 우주 수송 서비스부터 다양한 위성 활용 서비스, 우주 탐사에 이르는 우주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1일 항우연으로부터 2860억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한화에어로는 이번에 본계약까지 체결했다. 한화에어로는 항우연과 함께 2023년~2027년 누리호 3기를 제작하고, 4차례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예산 6873억8000만원을 투입해 항우연과 민간 기업 주도로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 수송 역량을 확보하고, 민간 체계종합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사업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사업으로 항우연의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과 발사 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게 된다.
한화 미래 우주사업 밸류체인.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년으로 예정된 3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4차례 걸쳐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 기술 검증, 지상 관측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향후 민간의 인공위성,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의 상업화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우주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해 우주산업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우주 탐사와 자원 확보까지 나서겠다는 목표로 투자를 이어왔다.
한화시스템(272210)은 2020년 영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페이저(현 한화페이저)를 인수했다. 미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카이메타 지분투자에 이어 2021년 세계 최초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의 지분(약 9%)을 확보하는 등 우주 통신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개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출하고 있는 쎄트렉아이는 위성 데이터 서비스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 한화디펜스와 합병한 한화에어로는 내년 3월 한화방산(옛 지주사 한화의 방산부문)까지 합병하면서 발사체 역량을 더욱 다각화할 계획이다.
한화는 이렇게 ‘위성제작→발사수송→위성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향후 우주 탐사 기술까지 확보해 국내 최초의 ‘우주산업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은 기존 우주기술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시장의 1% 미만, 항우연의 연구 인력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대비 5%, 우주 개발 예산은 미국 대비 1%에 그친다.
미국은 민간 주도 우주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핵심 역할을 했다. 대표 기업인 스페이스X는 창업 이후 10년간 벌어들인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NASA의 사업 수주로 확보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앞선 국가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 기업의 기술 확보, 대학의 원천기술 연구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국형 패스트팔로우 전략’을 통해 민간이 우주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페이스 2.0’ 시대로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리호 추가 발사는 여전히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도전적인 사업이지만, 항우연의 축적된 역량과 국내 300여개 업체의 기술, 한화의 우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추가 발사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우주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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