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 5688억 원을 대거 삭감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삭감된 예산에는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 원도 포함돼 있어 당장 일선 학교들이 냉·난방비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8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전날 회의에서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 12조3227억 원을 의결했다. 이는 당초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보다 5688억 원을 삭감한 규모다. 감액분은 전액 내부유보금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 원이 깎였다. '학교기본운영비'는 각 학교의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운영하는 비용으로 공공요금 및 물가 인상 등에 따라 필수적으로 증액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당 5억2000만 원 수준인 6588억 원을 제출했으나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학교당 약 4억5000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 학교당 예산이 7000만 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례 없는 고물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학교기본운영비' 예산 삭감은 여름에 찜통 교실, 겨울에 냉장고 교실을 만들고 기본적인 교육활동 역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확보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한 '공영형 사립유치원 지원 사업'(더불어키움) 예산 20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의 경우 이미 내년도 신입생 모집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깎여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해당 유치원 교직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학부모 역시 감당해야할 경비가 높아져 부담을 안게 됐다.
아울러 전자칠판 설치 확대 예산 1509억 원,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교수 학습 지원 사업(디벗) 예산 923억 원,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예산 165억 원, BTL(노후 교육 시설 개선) 사업 운영 예산 63억 원 등도 전액이 깎였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디벗이 현장에서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노후화된 교실을 교체하고 석면 안전 점검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안전 예산도 대폭 깎였다"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선에는 성공했지만 시의회 의원 구성은 국민의힘 비율이 많은 상황이라 예산 집행과 심사 과정에서 저항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학교자율사업운영제' 예산 역시 88억 원이 감액돼 다양한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던 교육활동 프로그램인 초등영어 희망교실, 영어 독서 동아리 지원, 중학교로 찾아가는 진로·진학 설명회, 인공지능(AI) 기반 학생 융합 동아리 운영 등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날 예결위 회의에서 이를 두고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이라고 항의하면서 표결에 불참했으나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삭감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 위원 33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은 22명, 민주당 소속은 11명이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안은 오는 16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술 대표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번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삭감은 편 가르기 정치에 매몰돼 시의원의 본분과 사명을 내팽개친 부끄러운 행태"라며 "나이든 교사가 전자칠판을 사용하지 못하니 필요가 없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교육환경 발전을 가로막고 교육자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지난 7일 회의에서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 5688억 원을 대거 삭감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5회 시의회 정례회'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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