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소유 토지에 무단 신축…대법 "재물손괴죄 성립 안해"
"토지 효용 누리지 못하게 한 것뿐…침해한 건 아냐"
2022-12-23 06:00:00 2022-12-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타인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짓는 행위가 소유자로 하여금 토지의 효용 자체를 해한 것은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타인 소유 토지에 건물을 지었다가 그 토지를 매수한 새로운 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당했다. 그 결과 A씨는 패소하고,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토지 소유자는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A씨의 건물을 철거했다. 그러나 A씨는 이전 건물이 철거된 직후 또다시 그 토지에 무단으로 새 건물을 지었다.
 
이에 A씨는 소유자의 토지 이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토지의 효용을 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의 항소로 열린 2심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또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행위는 이미 대지화된 토지에 건물을 지어 사용함으로써 소유자로 하여금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해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물손괴죄는 본래 행위자에게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강도, 사기 등과는 구별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 가치를 영득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소유자가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그 이용 가치를 영득하는 것이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 뿐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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