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금) 토마토Pick은 금산분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전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를 고발했는데요.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금산분리 위반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있습니다.
금산분리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원칙입니다. 금융 자본을 소유한 은행과 산업 자본을 소유한 기업 간의 결합을 금지해 ‘은(행)산(업)분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은행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일정 한도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산분리의 역사
금산분리 정책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961년 : 박정희 정부, 임시조치법 공포. 재벌에 의한 금융자원 독점을 막기 위해 재벌 소유 시중은행 주식을 모두 정부에 귀속하는 사실상 '은행 국유화' 단행
-1982년 : 금산분리법 공식 도입. 대기업 은행 지분 보유 한도 8%로 제한
-1994년 : 은행 지분 보유 한도 4% 강화
-1997년 : IMF 사태 발발. 지분 보유 한도 4% 기조 유지
-2008년 : 이명박 정부, 은행 지분 보유 한도 9%로 완화
-2013년 : 동양그룹 사태 발생. 박근혜 정부, 은행 지분 보유 한도 4%로 강화
-2022년 11월 : 금융위, 금산분리 완화 추진
금산분리 규정이 생겨난 이유
금산분리 규정이 생겨난 이유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금고화(化) 가능성 : 기업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은행을 계열사 투자나 기업 승계 등 필요에 따라 돈을 꺼내쓰는 ‘기업 전용 금고’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업이 은행을 통해서 자산을 잘 운용하면 괜찮은데,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해 막대한 금액을 잃거나 파산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겁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돈을 못 찾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불공정한 평가 가능성 : 특정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은행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은행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기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한 후 대출을 허가합니다. 만일 산업과 은행이 결합할 경우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동양그룹 사태
'동양그룹 사태'는 2013년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거 판매해 4만여 명의 투자자가 약 1조7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현 전 회장은 동양그룹의 핵심 사업 동양시멘트가 빚에 허덕이면서 타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해지자 자회사였던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았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이명박 정부 당시 완화됐던 금산분리 규정이 '원상복귀' 됐습니다. 현 전 회장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금산분리 관련 법률
금산분리 규정은 은행법 15조, 16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24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15조, 16조는 기업의 은행 소유에 관한 내용이며 24조는 은행의 기업 소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은행법 제15조 : ①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②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의 4%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은행 최대주주가 될 경우, 주식보유비율이 1% 이상인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 보유한 투자기구의 사원이 변동있을 경우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은행법 제16조 : ①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에서 제외되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4% 초과할 수 없다.
-금산구조개선법 제24조 : ① 금융기관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5%를 소유하고 사실상 그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외 사례
해외의 금산분리 규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 :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2010년 도드-프랭크 법 제정.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소비자 보호, 부실대출 방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 영역을 분리하는 볼커룰 포함
-EU : 은행의 사업회사 주식 100% 보유가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업경영상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가질 수 없음. 은행 주식 10% 이상 보유하거나 경영에 현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주주에 한해 적격성 심사
-일본 : 5%까지 제한을 뒀던 벤처기업 등에 대한 출자 규제 요건을 완화해 비상장 요식업과 숙박업 등에 대한 지분투자 한도 100% 허용. IT시스템 판매·데이터분석·마케팅·인재파견·컨설팅·비즈니스매칭 등 은행의 부수업무 허용
케이큐브홀딩스가 고발당한 이유는?
공정위는 지난 15일 케이큐브홀딩스(KCH)를 금산분리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는데요. 김범수 전 의장이 지분을 100%보유한 KCH가 카카오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KCH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 지분 10.51%를 보유했으며, 김범수 센터장(13.27%)에 이은 2대 주주입니다. KCH는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관련 수익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가 2020년과 2021년에 벌어들인 전체 수익 중 95% 이상이 금융수익(배당·금융투자수익)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기사 KCH는 2020년, 2021년 간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총 48차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소속 금융·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깬 것이라고 공정위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공정위는 김범수 전 의장이 직접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는지는 입증되지 않아 법인만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여러 주주 중 하나일 뿐, 카카오 등 운영이나 사업 활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케이큐브홀딩스 매출이 카카오 연결 매출에 포함되지도 않는 등 사업적 관계가 없다"며 거리를 뒀습니다.
☞관련기사
공정위와 KCH 주장 비교
케이큐브홀딩스와 공정위가 각각 내세운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 .
☞관련기사
공정위
-2020년, 2021년 수익 중 95% 이상이 배당 및 금융투자를 통해 발생
-관련법상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융회사로 분류됨
-카카오와 카카오케임즈의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 행사
-업종에 ‘기타 금융투자업’ 추가하고 정관도 바꿈
케이큐브홀딩스
-자기 자금으로 카카오 지분을 취득했고, 보유 자산으로 운영 및 관리 : 타인의 자본을 끌어쓰는 금융회사와는 본질이 다름.
-금융회사 여부는 금융 관계법령 및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해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 : 공정위는 과거 유사한 사례 10여 건에 대해서는 고발이 아닌 ‘경고조치'로 결정
-의결권 행사 관련 : 47건은 케이큐브홀딩스의 의결권 행사와 무관하게 통과됐을 안건. 남은 1건은 주주에게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사외이사의 권한을 제한하는 사안이 아님.
-사업목적에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한 이유 : 케이큐브홀딩스같은 비금융회사가 주식 배당 수익이 수입의 대부분이 된 사례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정관에 사업목적을 기재한 것만으로 업종이 바뀌는 것은 아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금산분리 원칙’ 재편을 검토하겠다. 글로벌 금융시장계의 방탄소년단(BTS)이 출현하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지난달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회사 출자를 통해 비금융 분야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금융당국이 위험총량을 규율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다만 비금융회사가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가 제안한 3가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기사
-1안 : 현행 포지티브 규제의 확대. 금융회사의 자회사 출자 등이 가능한 업종을 나열하되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 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한 업종을 추가하는 방식. 법률 개정 없이 금융당국이 감독규정 개정과 유권해석만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음
-2안 :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자회사 출자 가능 업종을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되, 자회사 출자한도 등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관련 리스크 통제. 법률 개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본업 관련성이 낮아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위험성 존재
-3안 : 1.2안의 절충안. 자회사 출자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부수업무 규제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