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직장동료가 도둑질을 했다는 뒷담화를 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50대 여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3부(재판장 김형작)는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의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5월 평소 직장에서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B씨에게 또 다른 직장동료 C씨에 대해 험담했다. A씨는 B씨에게 "C씨가 내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친 것 같다", "C씨는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고, 다시 그걸 훔친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사이가 틀어졌고, B씨는 A씨가 했던 험담을 C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C씨는 A씨가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1심은 A씨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 요건 중 '공연성'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특정되지 않은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해당 발언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한 말이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해당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있다고 본다.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전파가 이뤄질 높은 가능성이나 개연성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2심도 공연성 요건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연성 여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와 관계나 지위, 당시 상황과 표현 등에 대해 심리한 다음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 여부를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됐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으로만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A씨의 말을 들은 B씨가 해당 내용을 C씨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A씨 발언에 대해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어 재판부는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원심판결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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