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28일 자료를 내고 "K-IFRS 1117호 적용에 따른 계약자지분조정의 재무제표 표시가 재무제표 목적과 상충돼 재무제표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회사 경영진이 판단했다면 K-IFRS 1001호를 적용해 부채 표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K-IFRS 1117호에 따르면 보험계약에 따른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가정과 위험을 반영한 할인율을 사용해 보험부채를 측정하는데, 유배당보험계약에서 발생할 배당금 역시 보험부채 평가에 반영해 1117호에 따라 회계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17호에 따른 정보가 재무제표이용자가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1001호(재무제표 표시)에 따라 추가공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금감원은 "오는 1월 1일 시행 예정인 보험업감독규정에서 감독회계상 계약자지분조정은 기존과 동일하게 부채항목으로 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그간 부채로 분류해온 계약자 배당 자금을 계속 부채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에 따른 평가차익의 일부는 자본으로, 일부는 부채(계약자지분조정)로 분류해왔다. 평가차익 일부를 부채로 분류한 것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데 활용된 자금이 과거 유배당 보험상품의 계약자의 보험료에서 나왔다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에 따른 평가차익에 대한 계약자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을 부채(계약자지분조정)로 분류해온 것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는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할 배당금의 재원이 될 수 있는 금액을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따라 산출해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해오도록 돼 있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유자산 중 배당금 재원이 될 수 있는 금액과 같이 미실현손익은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주주가 아닌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포괄적 채무로 회계 처리하는 것이 재무정보의 유용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발생한 것은 오는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는 지분(전략적 보유 목적)으로 볼 경우, 삼성전자 지분 매각 차익으로 인한 계약자 배당이 발생하지 않아 부채였던 회계 내역이 자본으로 바뀔 수 있어서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계약자에게 배당이 귀속됐다고 판단하는 부분만 부채로 계상하도록 한다. 삼성생명은 이 지점에서 계약자지분조정을 부채로 보는 것이 적절한가를 금감원에 문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상 부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계약자 보호 측면에서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분류 기준을 제시한 것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단기매매목적으로 보유한 지분증권 평가에 대해서는 당기손익으로 회계처리하지만 그외 지분증권 평가에 대해서는 보유목적과 상관없이 기업선택에 따라 당기손익 또는 기타포괄손익으로 회계처리한다"며 "회사가 유배당보험계약 재원으로 보유한 지분 증권의 경우, 매각계획 유무에 따라 평가 회계처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차익 중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할 몫을 전과 같이 부채로 분류할 수 있다는 열린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앞으로도 부채 분류를 유지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계는 감독당국 제출용의 감독회계와 재무정보 이용자에게 공시하기 위한 일반회계로 나뉜다. 감독회계는 관련 법규에 따라, 일반회계는 K-IFRS 기준에 따라 작성되기 때문에 기준이 상이하기는 하지만 감독회계와 일반회계 상 차이가 있을 경우 보험사는 이를 감독당국에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감독회계와 일반회계의 차이에 대해 소명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에 사실상 감독회계에 맞춰 일반회계를 작성하는 경향이 유지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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