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이 2023년 새해를 맞아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은 31일 신년사에서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가상화폐 사기 등 서민과 청년 피해자를 양산하는 민생침해범죄에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스토킹범죄에 맞서 꾸준히 지속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며 “자기보호 능력이 없는 아동, 장애인이 사각지대에서 학대받고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범죄발생의 원인을 살펴보고, 법령과 제도를 보완하며 범죄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우리의 일상 공간과 산업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 재해의 감소와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산업재해 사건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이 총장은 범죄수익환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범죄로 얻은 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환수하고, 과학수사 역량의 강화 및 효율적인 수사 지원체계 확립을 통해 부패수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공격과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검찰구성원들의 용기와 소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될 것”이라며 “검찰이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검찰이 치우침 없이 수사하고, 불편부당하게 법을 집행하기를 기대하므로 법집행에 예외도, 성역도, 혜택도 있을 수 없다”며 “검찰의 모든 업무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하 이 총장의 신년사 전문.
2023년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먼저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검찰구성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그리고 계묘년(癸卯年) 새해 뜻하는 일을 모두 이루시고,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2022년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감염병과 글로벌 경제위기,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여러 분야에서의 문제들이 토론과 숙의가 생략된 채 사법에 맡겨지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검찰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어 형사사법체계의 불안정과 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70년 동안 유지되었던 형사사법제도가 무너져 가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는 합심해서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켰고 불합리한 제도를 현실에서 극복해 내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수사팀 하나를 만들 때마다, 검사 한명을 파견할 때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거나, 검찰청마다 단 하나의 부서에서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은 후에야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령을 비롯하여, 수사 현실을 도외시하거나 검찰의 역할과 기능을 지나치게 제한하던 여러 규정을 정비하였습니다.
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중요 범죄에 대하여는 검찰이 제때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법령을 보완하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일하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 스토킹범죄 대응협의회, 환경범죄 합동전문수사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등을 출범시키고 준비함으로써, 공통의 목표를 가진 정부기관이 한데 모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고, 범죄 대응의 굳건한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러한 제도와 조직의 변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뜻과 의지입니다.
여러 해 동안 움츠러들어 있던 검찰구성원들 사이에 다시금 해보고자 하는 의지와 ‘일하는 기풍’이 새롭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검찰의 소명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 힘차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하며, 함께 힘을 모아 준 검찰구성원 모두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의 헌신으로 우리는 ‘국민을 섬기는 검찰’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일궈 냈습니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올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알맹이를 꼭꼭 채워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검찰의 일’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건강한 비판을 넘어선 거짓 주장이나 근거없는 비난을 접하게 되면, 그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고 용기있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반듯하게 해내야 합니다.
난무하는 ‘주장’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절차를 거쳐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팩트’를 찾고 ‘진실’을 밝혀 그 결과를 보여주면 됩니다.
이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등불 하나에 의지하여 환한 출구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넘어지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내어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는 힘이 있고 그 힘은 지극히 강해서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진실이 제 모습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거들어 주기만 한다면, 진실은 밝은 태양 아래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입니다.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공격과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검찰구성원들의 용기와 소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습니다.
검찰이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검찰이 치우침 없이 수사하고, 불편부당하게 법을 집행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법집행에는 예외도, 성역도, 혜택도 있을 수 없습니다.
검찰의 모든 업무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원칙을 지키면서도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삼가고 또 삼가는 자세로 업무를 대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적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사건 관계인의 권리를 존중하여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합니다.
검찰의 결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잘못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야말로 형을 다스리는 근본’이라는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을 되새겨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함께 고르게 일하는 검찰’을 이뤄 내야 합니다.
혼자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몇 사람의 뛰어난 능력 보다 구성원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힘이 되는 집단 지성의 시대입니다.
‘나, 내 부서, 내 검찰청’에만 매몰되어서는 전체 검찰의 임무 완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격의없는 소통과 활발한 토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의 공유, 공통의 목표를 향한 자발적인 협업은 검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인력과 업무’를 수시로 유연하게 조정하여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르게 일하고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합니다.
마치 축구감독이 필드에서 직접 선수들을 살펴보며 포메이션을 짜고 작전지시와 전술변경, 선수교체를 하듯이, 부서장들이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며, 직급이 높고 경험 많은 구성원들이 솔선해서 더 많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합니다.
아울러 여러 형사사법기관과도 서로의 역할과 기능을 존중하면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정립해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 곁의 소중한 가족과 이웃에게 언제든 범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가상화폐 사기 등 서민과 청년 피해자를 양산하는 민생침해범죄에는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스토킹범죄에 맞서 꾸준히 지속적인 대응이 이루어져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기보호 능력이 없는 아동, 장애인이 사각지대에서 학대받고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범죄발생의 원인을 살펴보고, 법령과 제도를 보완하며 범죄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임계점을 넘어선 마약범죄의 확산세에 제동을 걸고,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마약류와 중독성 약물 유통사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 공간과 산업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재해 사건에 대하여는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 재해의 감소와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 국가 예산을 좀먹는 국가재정비리를 엄단함으로써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건전한 국가재정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범죄로 얻은 수익은 철저히 박탈하여 환수하고, 과학수사 역량의 강화 및 효율적인 수사 지원체계 확립을 통해 부패수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작은 빈틈만 있어도 회복이 불가능한 핵심적 헌법가치입니다.
헌법질서를 어지럽히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안보위해사범에 대해서는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킨다는 결연한 각오로 대응해야 합니다.
지난 몇 해와 같이 올해에도 검찰 안팎의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항상 바르게 해야 합니다.
내 손이 깨끗해야 다른 사람의 잘못을 단죄할 수 있고, 스스로 돌아보아 부끄럽지 않다면 천군만마가 몰려와도 두렵지 않은 법입니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풀이 난다고 합니다. 검찰구성원 모두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한마음 한뜻’이 된다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원래 있어야 할 제자리를 금세 찾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번 새해 모든 검찰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월 2일
검찰총장 이 원 석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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