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정해훈·김유진·용윤신 기자]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세운 '270만호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화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진단입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가 강조돼야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270만호 주택공급 정책'의 향배를 문의한 결과,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자잿값, 인건비, 물류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건설사와 조합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사업 리스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쪽에서 조달하는 부분들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270만호가 공급되기는 당연히 어렵고, 이탈하는 물량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270만호를 임기 내에 다 공급할 수는 없다"며 "토지 보상을 해도 2~4년이 흐르고, 택지를 개발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건물을 지을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270만호 주택공급 정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금리 인상과 함께 건축을 위한 각종 비용이 오르고 있어 이번 정부가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특히 목표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인데 적어도 5~10년이 걸린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270만호 공급을 위한 기반 조성 수준까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약 달성을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 또한 지난해 말 발표한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그동안 집값이 오른 것은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에 집을 안 사도 되는 사람까지 달려들었기 때문"이라며 "공급 부족이라기보다 과수요가 많은 게 원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게 맞지만 이외 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주택 발굴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데 무분별하게 지어버리면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자체는 중요하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윤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선언적인 의미에서 양적 부분을 확보하겠다는 부분들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수요자들이 앞으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인지해 과도하게 추격 매수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과 품질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불필요한 공급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공분양주택이든 공공임대주택이든 공공이 주도하는 상품들이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았다"며 "공급 계획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질을 높일 방안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지영·정해훈·김유진·용윤신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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