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흔히 mRNA라고 불리는 메신저 리보핵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익숙해진 용어가 됐습니다. 기원을 따져보면 1980년대부터 연구되긴 했지만 실제 제품으로 개발된 건 수십년이 지난 코로나19 상황에서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2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mRNA 백신이 주도권을 잡게 됐죠.
2020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 (사진=뉴시스)
바이러스 설계도 mRNA…염기서열만 알면 발빠른 개발
백신은 독성을 없애거나 약화한 바이러스 또는 비슷한 물질을 몸에 넣고 면역세포와 중화항체의 힘을 빌려 감염을 막는 원리입니다. 백신의 종류는 어떤 방식을 거쳐 개발됐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m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가진 단백질입니다. 이걸 백신으로 만들어 투여하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착각해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집에 빗대 설명한다면 설계도를 주고 집을 짓도록 하는 셈이죠.
mRNA의 최대 장점은 초기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만 알고 있다면 며칠 안에 백신 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더나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확보한 지 수일 만에 프로토타입 백신을 생산했습니다.
모더나 코로나19 mRNA 백신. (사진=연합뉴스)
mRNA는 코로나19 전용? 감기도 막는다!
팬데믹 영향으로 'mRNA 백신=코로나19 백신'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사실 mRNA는 다른 감염병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mRNA 플랫폼으로 처음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독감처럼 코로나19 외 질병을 막는 데도 mRNA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에게 위험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이 주를 이룹니다. RSV는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인데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주로 하기도 감염과 폐렴을 일으키는데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화이자의 경우 RSV 감염을 막는 mRNA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선 심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RSV 백신 중에선 가장 빠른 승인 대상으로 점쳐지고 있죠. 미국에서의 최종 허가 여부는 오는 5월 중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모더나 역시 mRNA로 RSV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이틀 전인 17일(미국 동부시간 기준)에는 60세 이상 성인 3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치른 임상 3상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차 평가지표는 임상 성패를 가르는 요소입니다. 모더나 발표대로라면 임상이 성공한 것이죠. 모더나는 이번 임상 결과를 FDA에 제출하고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사진=셀트리온)
우린 아직 코로나19 백신도 꿈…후발주자 속속 등장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로 제품 다변화를 노리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코로나19 백신도 개발되기 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mRNA 백신 임상은 총 3건인데, 모두 코로나19 백신입니다. 개발사는 큐라티스,
아이진(185490),
에스티팜(237690)으로 모두 임상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3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mRNA 백신 선두 그룹이 격차를 벌리는 상황에서 우린 아직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첫발만 내디딘 거죠.
이런 가운데 mRNA 백신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다른 기업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미국 기업과 계약을 바탕으로 mRNA 백신 개발 밑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미국 기업인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 mRNA 백신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셀트리온의 mRNA 백신 사업 진출은 갑작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그룹을 이끌었던 서정진 명예회장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으니까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1년 2월 서 명예회장은 온라인 간담회에서 "mRNA나 아데노바이러스를 초셀을 통해 스파이크를 복제하는 방법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을 떠나 백신까지 진출할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죠.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물을 보는 중입니다. 눈여겨보는 지점은 초저온 보관 문제를 해소할 기술력을 갖췄는지입니다. mRNA 백신은 다른 백신들과 달리 냉동 상태로 운송·보관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기업을 인수할지 아니면 기술을 넘겨받아 mRNA 백신 개발을 자체 진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A나 기술 라이선싱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알아보는 중"이라며 mRNA 백신 사업 확장에 진심이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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