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년째 고수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폐지한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 지역을 봉쇄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이었습니다. 이런 '고강도' 방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및 확산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따른 과학적 방역이 아니라 정치 방역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중국 안팎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국가주석 3연임 확정을 앞둔 정치적 통제의 의미가 더 강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그런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백지 혁명'이라는 전국적 시위 사태에 맞닥뜨리게 되자 별다른 설명없이 '제로 코로나 포기'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중국 방역당국이 방역 정책을 전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수도 베이징(北京)은 물론이고 전 중국으로 확산되고 있던 코로나19 확진 상황에 대한 인정과 다름없는 조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그토록 자랑해 온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로 코로나 '칭링(?零)'은 애초부터 성공할 수 없는 정치적 구호이자 선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모바일 통신까지도 '만리방화'라는 시스템을 통해 통제하는 등 강력한 봉쇄와 통제에 익숙한 중국 공산당은 바이러스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모양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정책 전환 이후 중국 내의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그러나 중국 방역당국은 이번 달 초부터는 아예 코로나19 확진 통계를 밝히지 않는 등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중국 인구 14억명의 80%정도인 10억여 명이 이미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와 PCR(유전자증폭) 전수조사 및 건강코드 관리 등 기존의 강압적인 방역 정책을 전면 폐기했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PCR 검사와 7일에서 최대 3주에 이르렀던 격리 등 입국 제한 조치도 사라졌습니다. 외교와 공무 외에는 발급하지 않던 단기 방문 비자 발급도 재개하려고 했습니다. 3년간 막혀있던 일반인의 중국 관광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낀 한 달이었습니다.
작금의 중국 코로나19 확진 상황은 시 주석이 집권 후 최대 성과로 내세웠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세계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하면서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48시간 내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더라도 중국인은 입국할 때 PCR이나 신속항원검사 전수조사 및 격리하겠다는 강력한 방역 대책이 그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대부분 겪은 바 있는 대규모 확산 상황을 뒤늦게 겪고 있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것에 대한 각국의 자구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EU에 이어 우리나라도 보다 강력한 대중국 방역에 나섰습니다.
이미 2020년 코로나19 상황 초기 중국에 대한 느슨한 방역 조치로 한국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똑같은 방역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다는 심경이 더 컸습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중국과 수출입 등 경제적으로 가장 의존적인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인한 피해도 가장 많이 본 바 있습니다.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이 바이러스 유입은 물론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가피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중국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방역 정책은 중국인에 대한 입국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단기 방문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전격 시행했습니다. 중국 외교당국은 한국의 대중국인 방역 대책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보복에 나선 것입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14억 인구 대국답지 않은 중국다운 졸렬하고 즉흥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당시에도 우리의 주권을 무시하는 협박을 서습치 않았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옥죄고 유학생들의 비자 발급마저 통제하는 비경제적 방식으로 대응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방역 대책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중국이 시행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비과학적인 정치 방역이었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중국인은 물론 세계 각국에 사과해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밀접 접촉자까지 2주 이상 강제 격리시키고 확진자가 발생한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식의 방역 정책으로 이동권은 물론 인권까지 제한하고 통제하면서 온갖 폐해를 점철해 온 제로 코로나였습니다.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경제 수도 상하이도 60일 이상 전면 봉쇄된 바 있습니다. '글로벌스탠다드'와 현격한 거리가 있는 중국식 방역 정책과 대응으로는 더 이상 중국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알고 있을까요?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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