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먹으면 죽는 농약,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법',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이 단어는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색한 내용입니다. 검찰은 19일 이기영이 동거녀를 살해하는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과 직후, 이와 같은 내용을 검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기영 "우발적으로 동거녀 살해"…검찰 "거짓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전담수사팀(팀장 정보영)은 이날 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절도, 사기 등의 혐의 외에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이기영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당초 이기영은 경찰조사에서 “돈 문제로 말다툼 중 홧김에 둔기를 던졌는데 동거녀가 맞아 죽었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기영이 지난해 8월 3일 오후 경기 파주의 동거녀 집에서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빼앗기 위해 둔기로 A(50)씨 머리 부위를 10회 이상 내리쳐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결과는 범행 장소인 집 안에 남아 있던 피해자 혈흔에 대한 과학수사 분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점도 드러났습니다. 범행 직전 이기영이 인터넷에서 "먹으면 죽는 농약 등" ‘독극물’ 관련 내용과 휴대폰 잠금 해제 방법을 수차례 검색한 것이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죠.
검찰은 이기영이 범행 직후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등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또 이기영이 이튿날 A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 유기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범행 직후 이기영은 A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393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피해자 체크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는 등 4193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기영은 또 피해자 휴대폰 유심칩을 빼내 자신의 휴대폰에 끼워 넣은 뒤 잠금을 풀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피해자 계좌의 잔액까지 인출해 썼습니다. 이기영이 A씨에게 강탈한 금액만 8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기영이 금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실형살까봐…택시기사 '보복살인' 혐의 추가
검찰은 택시기사 살해와 관련해서는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했습니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20일 밤 음주운전 누범기간에 음주운전 접촉 사고를 냈고, 이후 택시기사 B(59)씨를 살해했습니다. 검찰은 누범기간에 경찰 신고가 이뤄질 경우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이기영이 이를 우려해 택시기사를 살해했다고 판단한 거죠.
이씨는 B씨 살해 이후 B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769만1000원을 결제하고,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 가족에게 132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이기영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대검의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기영은 자기중심성·반사회성이 특징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 및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고 했습니다. 또 검찰은 이기영이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기소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청구했습니다.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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