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에쓰오일이 창사 이후 최대 투자인 9조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 추진됩니다. 정유사업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전략인데요. 석유화학 업황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원재료비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자금집행이 이뤄지는 만큼 재무적 여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설계·조달·시공(EPC) 작업을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의 기공식을 개최하고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의 도약에 시동을 겁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사진=에쓰오일)
아랍어로 '매'를 뜻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9조 258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스팀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포함한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합니다.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국내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인데요.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되며 기존 12%에 불과하던 화학 비중은 25%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정유사업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전략인데요. 지난해 4분기 기준 정유·윤활유 사업은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하고 나머지 12%만 석유화학 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정유사업의 실적은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좌우됩니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통상 정유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도 함께 뛰지만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 실적은 나빠지죠. 실제 에쓰오일이 2020년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 급감과 정제마진 악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1조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유가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정유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설비인 스팀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합니다. 또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 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도 생산하는데요.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업 진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출해 오고 있습니다. 2018년 1단계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5조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 프로젝트의 2단계 격입니다.
샤힌 프로젝트의 투자비 약 9조3000억원 중 71%인 6조5000억원은 내부조달, 9%인 8000억원은 아람코의 대여금, 20%인 약 1조8000억원은 외부차입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에 에쓰오일의 재무부담은 빠른 속도로 커졌는데요. 에쓰오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은 5조7000억원, 단기 차입금도 3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4081억원에 달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6년까지 투자를 나눠서 집행하는 만큼 자금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180만톤 규모로 에틸렌 등의 물량이 쏟아짐에 따라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는데요. 중국 등 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인 만큼 과잉 공급 우려는 기우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실제 에쓰오일은 중국 리오프닝 수요 회복 등 글로벌 석유수요는 내년까지 팬데믹 이전 평년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에 대해 "업계 선도 경쟁력을 갖춘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석유화학사업 확장으로 당사의 수익 창출 능력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11월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 후 본격적인 EPC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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