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및 추모공간을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유가족 측이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공간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서울시는 대안을 달라며 한 발 물러났습니다.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유가족 측에 전달하려던 분향소 철거 서울시 행정대집행 2차 계고서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거 기한 8일에서 15일로 연기
지난 6일 오후,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무단 설치한 유가족 측에 2차 계고장을 전달했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유가족 측이 분향소를 8일 오후 1시까지 철수하지 않을 시 분향소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7일 아침, 오 시장 표현대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침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충분한 1주일 만의 시간을 주고 불법적으로 설치된 설치물의 경우에는 스스로 철거해 주기를 부탁을 드렸고 녹사평역에 있는 시설물을 어디로 옮길지 유가족들이 의견을 주시면 그걸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가족 소통을 맡아온 오신환 정무부시장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자처해 “기습 무단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행정 집행은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지극히 마땅한 조치”라며 “하지만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문제를 다른 사안처럼 다루지는 않겠다”며 한결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에 제안한 추모공간. (사진=정동진 기자)
녹사평역 대신 대안 검토, 누가 어디를 제시하나
이날 서울시는 유가족 측에 15일 1시까지 현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어 기존에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제안했던 녹사평역 추모공간 설립방안을 수용하거나, 불수용 시 어디로 옮기면 좋을 지 대안을 달라는 입장입니다.
아직 양 측이 완전한 대화모드라고 보기엔 어려울 듯 합니다. 여전히 철거 기한이 못 박혀 있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추모공간에 대한 대안 제시도 서울시가 아닌 유가족의 몫입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은 서울시에서 거부합니다. 이태원 바로 인근은 인근 주민·상인 여론이 신경쓰입니다. 녹사평역은 지하라 유가족 측이 거부한 상태입니다. 민간건물의 경우 건물주가 꺼려해 공공공간이 유력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제하니 막상 남는 곳이 몇 없습니다.
유가족 측이 내건 조건은 시민 접근성과 유동인구입니다. 이는 이태원 참사가 고립되는 것을, 시민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말입니다. 이날의 상당한 변화가 양 측의 보다 진전있는 대화로까지 연결되길 바랍니다.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시민 등이 추모제를 엄수, 159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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