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예산 삭감' 중앙의료원 우려" 한목소리
기재부, 현대화 사업 예산 감축…병동 축소
"국가 병원 기능 고려하지 않은 결정" 비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고유 역할 수행 우려"
2023-02-09 15:28:28 2023-02-09 15:28:28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최근 국회 앞에서 현대화 예산 규모 감축을 성토했던 국립중앙의료원 구성원들이 이번에는 국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국가 병원 기능 고려하지 않은 결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이날은 올해 첫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삭감한 데 따른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와 이전을 위해 기재부에 총 1050병상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총 예산 규모는 1조2341억원. 항목별로 보면 국립중앙의료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과 중앙외상센터 각각 150, 100병상입니다. 기재부는 예산을 1조1726억원으로 줄이고 병상도 국립중앙의료원 526병상, 중앙감염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만 운영키로 했습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은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 삭감이 불러올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민 건강에 있어 국가 병원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기재부 판단을 비판했습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 (사진=동지훈 기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포함됐는데 예산은 줄인다?
 
이소희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를 언급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 축소 문제를 짚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및 연구개발 체계 구축과 미충족 필수의료 강화 및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내용별로 살펴보면 먼저 정부는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해 감염병 전문 의료인력 양성 및 교육 강화, 권역감염병전문병원 등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습니다. 또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연구개발 체계와 필수·공공의료 인력 인프라 강화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과제 달성을 위해 미충족 필수의료의 국가중앙병원 책임 역할을 확대하는 국가 중추 병원이 요구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국립중앙의료원의 상급 종합병원화를 추진해 진료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새로 지어지는 병원은 최소한 진료역량이 부족해 (환자를) 못받는 일이 없도록 상급 종합병원의 수준이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급 종합병원의 평균 병상은 약 1000개가 넘고 전문의는 300명이 넘는 반면 국립중앙의료원은 현재 505병상에 전문의는 13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2027년에 개원하는 새 병원은 526병상으로 지어지는데, 연동되는 전문인력 수와 병원 규모를 보면 미래가 굉장히 암담하다"고 우려했습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토론회를 준비 중인 패널들. (사진=동지훈 기자)
 
고유 역할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
 
그동안 감염병 유행 상황마다 의료 현장을 지킨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지금의 예산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 역할 수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엄중식 교수는 "2015년 메르스 국내 유행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가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이 시행됐고, 이 중 중앙 및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감염병전문병원의 설립이 지연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이고, 장기 유행 과정에서 병상 확보를 위해 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이 일부 또는 전부 중단되기도 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엄중식 교수는 그러면서 중환자 진료역량 제고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는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알려지지 않은 신종 감염병의 최초 대응과 다른 의료기관이 진료할 수 없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신종 감염병 환자의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선정 과정에서 건축 부지 확보와 함께 배후 병원의 규모와 역량이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최근 상황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현재 발표된 내용의 예산 투자와 이전 계획으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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