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27일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반란표가 상당수 나오며 그간 유지됐던 당내 단일대오 대열이 이번 표결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압도적 부결 자신한 민주당…"정치적 패배"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로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투표에 참석한 재석 의원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현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299명) 과반(150명)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가결을 위해 필요한 149명 중 10명이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가결·기권·무효표를 합치면 159표로, 그간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던 국민의힘(115석),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 의석을 합친 총 122석보다는 37표나 많았습니다. 그간 찬성 의사를 밝힌 이들이 그대로 표결했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체포동의안 반대표는 민주당 의석(169석)과 비교해도 31표나 적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란표로 추정됩니다.
이날 개표 과정에서 검표 위원 사이에서 무효표 여부를 놓고 논쟁이 오갔습니다.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경우 '가' , 반대할 경우 '부'를 투표용지에 써야 하는데요. 특정 2표를 놓고 "부라고 쓴 것", "무효표"라고 여야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들 앞으로 나와달라"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소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김 의장은 "개표 과정에서 부냐 무효냐 판단하기 어려운 2표가 나와서 개표가 중단되고 있다. 이 2표는 제외하고 나머지 개표를 진행해 만약 이 2표 때문에 가부 문제가 갈리지 않으면 그때는 표결을 중단하고, 다른 합법적 방법으로 2표가 부표인지 무효표인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2표 판단은 개표 위원들에게 맡기고, 두 원내대표나 저에게 위임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김 의장은 1표는 부표로 1표는 무효표로 판단하고 개표 결과에 반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쪼개기 청구 땐 '체포동의안 부결' 장담 못한다
이로써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열리지 않게 됐고, 검찰이 지난 16일 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그대로 기각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표결 직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 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 범죄들"라며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주장대로라면, 이 나라에서 사회적 유력자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전직 대통령, 대기업 회장들은 왜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가결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투표 직전 신상발언에서 "'대장동 50억클럽'에는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 않는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60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해 1년간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사냥'"이라며 "권력자가 국가위기와 국민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윤석열정부와 검찰을 싸잡아 맹비난했습니다.
한동훈(아래)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앞으로 검찰이 이 대표 혐의를 나눠 2차·3차 구속영장을 '쪼개기 청구'하거나 향후 기나긴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이 대표 입장에서 다음에 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시 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비명계 일부는 "부결은 이번 한 번뿐"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향후 이 대표에게 사퇴 결단을 촉구할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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